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2024년 11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를 ‘정부효율부’(DOGE)의 수장에 지명한 적이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정부 관료주의를 해체해 낭비되는 지출을 삭감하고, 연방기관 재건을 위한 길을 닦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머스크는 충격적인 연방정부 예산과 인력 감축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여론이 악화하고, 테슬라 불매운동 등으로 번지자 머스크는 “트럼프의 감세 및 재정지출법이 정부 재정적자 및 국가부채를 늘릴 것”이라며 오히려 불만을 늘어놨다. 세계가 주목한 이들의 밀월은 고작 7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비슷한 시기, 프랑스 마크롱 정부도 관료제 개혁을 위한 여러 정책을 추진했다. 특히 허가제를 신고제화하고, 행정절차 간소화를 위한 디지털 처리기법 도입 등 기업 부담 경감책을 시행했다. 하지만 정치적 불안정과 사회적 저항 등 구조적 문제로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성공적 관료 개혁은 제도 혁신과 함께 정치적·사회적 합의가 뒤따라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현대 국가에서 관료제의 완전한 해체는 사실상 힘들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대신 시장원리와 성과주의를 도입해 전통적 관료제를 다소 완화하거나 축소하려는 시도가 이어진다. 우리의 경우 정부24, 홈택스 등 행정 디지털화를 통해 대면 중심 관료제를 보완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변화 역시 관료제를 대체하기보다는 그 운영방식을 변형하는 데 그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달 말 직원 900여 명의 명패를 모두 교체했다. 바뀐 명패에는 국장, 과장, 팀장 같은 직급 대신 ‘님’이라는 호칭이 이름과 함께 표기됐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이 취임 초 직원들에게 자신을 ‘장관님’ 대신 ‘경훈님’이라 부르라고 한 것이 발단이 됐다고 한다. 회의도 토론 중심으로, 시간은 월요일 오후로, 야간이나 주말에 주고받던 소셜미디어(SNS) 업무 관련 대화는 평일 낮시간대로 유도하고 있다. 역대 정부마다 경직된 관료제를 개선하려는 시도가 많았지만 용두사미로 그친 적이 많았다. 과기부의 탈권위, 탈서열 명패 갈이는 신선한 발상이다. 기업 출신 부총리의 ‘탈관료주의’ 실험이 성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