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韓과 美석탄 수출 확대 합의”… 통상압박 새 변수 우려

美석탄산업활성화 행사서 주장

“日·印 등과도 역사적 무역 합의”
화력발전산업 확대 추진도 밝혀
온난화 대응 ‘탈탄소 흐름’과 역행

韓·美 ‘팩트시트’에는 내용 없어
美 LNG 등 144조 수입 연관 분석
韓, 석탄발전 축소 추진 와중 곤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등과 미국산 석탄 수출을 늘리는 무역합의를 했다고 말해 파장이 예상된다. 한·미 간 무역합의와 관련된 내용에서 미국산 석탄이 언급된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석탄산업 확대 정책도 발표했는데, 세계적인 탄소중립 기조와는 배치되는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석탄 화전 전력구매 행정명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앞줄 왼쪽 세번째)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더그 버검 내무부 장관(〃첫번째), 마이크 존슨 하원 의장(〃두번째), 리 젤딘 환경보호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석탄산업 진흥 행사에서 군이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화력발전소로부터 전력을 구매하도록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웃고 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 내 석탄산업 활성화 관련 행사에서 “우리(미국)는 지금 전 세계로 석탄을 수출하고 있다”며 “지난 몇 달 동안 우리는 일본, 한국, 인도 등 다른 나라와 우리의 석탄 수출을 획기적으로 늘릴 역사적인 무역합의들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한·미가 합의한 ‘무역합의 공동 팩트시트’에 관련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아 발언의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에너지 분야에 대한 내용도 대미투자 주요 분야 중 하나로 언급됐을 뿐 미국산 석탄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일본과의 무역합의에도 석탄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고, 최근 인도와의 합의에서는 ‘인도가 미국 에너지·정보통신기술, 석탄 등 관련 제품을 구입할 예정이다’고 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우리나라가 액화천연가스(LNG), 원유 등 4년간 1000억달러(약 144조원)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 제품을 구매하기로 한 것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미는 지난해 7월 상호관세 협상 항목 중 하나로 이러한 내용에 합의했다. 해당 에너지 제품에 석탄도 포함된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취지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사실이라면 탈탄소 정책을 추진하는 한국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탈탄소 정책의 하나로 2040년까지 석탄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2024년 기준 28% 수준인 석탄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 이하로 축소할 방침이어서 미국산 석탄 수입을 늘리기는 어려울 수 있다. 이 경우 석탄이 트럼프 행정부의 또 다른 통상압박의 수단이 될 우려도 있다. 그렇다고 수입을 늘리면 유럽연합(EU)이 올해 본격 시행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글로벌 환경 규제에서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은 석탄의 98%가량(2023년 기준)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나, 주로 호주·러시아·인도네시아 등에서 수입 중으로 미국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미국의 석탄 수출량 중 한국은 3.9%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사 연설에서 “석탄은 국가안보에 중요하며 철강 생산부터 조선과 인공지능(AI)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필수적”이라며 화력발전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석탄산업 지원을 위해 6억25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것의 연장선이다. 그는 석탄을 “깨끗하고 아름답고 가장 믿음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라며 “트럼프 정부 1년 만에 우리는 이미 70건 이상의 석탄 광산을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미 국방부에 석탄발전소와 새로운 전력 구매 협정을 체결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행정명령에 국방부가 장기 에너지 계약에서 석탄을 우선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이어 그는 이날 에너지부에 웨스트버지니아, 오하이오, 노스캐롤라이나, 켄터키 석탄발전소에 자금을 지원해 가동을 유지하도록 지시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움직임은 그간 국제사회가 지구온난화 대응을 위해 노력해 온 탄소중립 및 화석 에너지원 사용 저감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WP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석탄 부활 노력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뿐 아니라, 미세먼지와 유독 화학물질로 인한 심각한 대기 및 수질 오염과 탄소 배출을 초래할 수 있다”며 “시장 경쟁력이 떨어지는 오염 유발 화석 연료에 보조금을 지급하려는 자신의 정책에 미군까지 끌어들였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