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의 대미투자 관련 입법 지연과 쿠팡 사태 등을 빌미로 관세 인상 카드를 꺼내들면서 한·미 통상 환경 안정화를 위한 정부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국회도 대미투자특별법을 서둘러 처리하기로 했지만 첫 관문인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가 여야 갈등으로 파행하는 등 논의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2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간담회에 참석해 “양국 간 관세 합의 내용을 성실히 이행하는 한편, 진전 상황을 미국 정부와 기업에 공유해 한·미 통상환경 안정과 경제협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암참 초청으로 마련된 이번 간담회는 여 본부장과 제임스 김 암참 회장, 80여개 회원사 대표가 참석했다.
여 본부장은 “지난해 타결된 관세 협상과 한·미 전략적 투자 업무협약(MOU)을 토대로 양국이 유망한 투자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발굴·지원해 나간다면 올해 양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협력의 기회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한국의 대미투자 절차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대미투자특별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데 이어 지난 9일 특별법 처리를 위한 국회 특위가 발족했다”며 “특별법이 반드시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여 본부장이 한국에 투자한 미국 기업인들의 양국 관세 협상 관련 불안감을 덜어주려고 애쓰는 동안 구윤철 경제부총리와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국회에서 열린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 첫 회의에 참석했다. 하지만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위헌 논란을 무릅쓰고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 개편을 밀어붙인 일로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회의가 파행됐다. 구 부총리와 김 장관은 현안보고도 하지 못했다. 특별위원회 활동시한이 다음 달 9일까지 정해진 상황에서 첫 회의부터 파행을 겪으며 특별법 통과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특별법은 미국 투자 전반을 관리하는 ‘한미전략투자공사’ 설치 등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법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아 한국산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