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둘러싼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현 오케이 레코즈 대표)와 하이브 간 소송 1심 결론이 1년6개월 만에 나왔다. 법원은 민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재판장 남인수)는 12일 민 전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주식 매매대금 청구 소송에서 하이브가 민 전 대표에게 255억원을 지급하고, 함께 풋옵션 행사를 통보했던 민 전 대표 측근 신모 전 어도어 부대표와 김모 전 이사에게도 각각 17억원, 14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이브가 민 전 대표에게 건 주주 간 계약 해지 확인 소송은 기각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는 2024년 8월과 11월 각기 제소했는데, 재판부는 효율적 진행을 위해 두 소송을 병행 심리했다.
쟁점은 민 전 대표에게 주주 간 계약을 해지할 만한 중대한 위반이 존재했는지였다. 하이브는 민 전 대표가 어도어의 그룹 뉴진스 빼가기를 시도하며 회사에 손해를 끼쳤던 2024년 7월 이미 계약 해지를 통보해 풋옵션 권리도 함께 소멸했다고 주장했다. 민 전 대표가 주주 간 계약을 중대하게 위반해 해지 통보를 한 것이라 그 이후 풋옵션 행사는 유효하지 않다는 취지였다.
법원은 계약 해지를 할 만한 중대한 위반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민 전 대표가 하이브로부터 어도어를 독립시킬 방안을 모색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그 사정만으로 이 사건 주주 간 계약을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계약 해지에 대해서 민 전 대표가 잃게 되는 손해는 비교적 분명하고 중대하다”면서도 “해지를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위반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하이브는 측근들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에서 ‘어도어는 빈껍데기가 된다’고 한 말을 근거로 민 전 대표가 ‘뉴진스 빼내기’를 시도했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배척했다. 재판부는 “빈껍데기 발언은 ‘민 전 대표가 풋옵션을 행사하고 어도어에서 나가면 어도어가 빈껍데기가 된다’는 의미”라며 “‘뉴진스 빼내기’ 계획을 실행했다는 하이브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말했다. 회의록 등 기록에 비춰봤을 때 빈껍데기는 ‘뉴진스 없는 어도어’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민 전 대표가 외부 투자자들과 만나 어도어의 독립 방안을 모색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이는 모두 하이브의 동의를 가정한 방안으로 보인다”며 “하이브가 동의하지 않으면 이런 방안은 아무런 효력이 발생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민 전 대표가 그룹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와 음반 밀어내기 의혹을 제기한 것도 중대한 계약 위반 사유는 아니라고 봤다. 하이브 측은 민 전 대표가 허위사실 유포로 어도어 주식을 저가에 매수하려 했다고 주장해 왔다.
재판부는 “아일릿의 전체적 인상이 뉴진스와 유사하다는 취지로, 이는 단순 의견 및 가치 판단이지 사실 적시로 보기 어렵다”며 “뉴진스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민 전 대표의 경영상 판단 재량 범위 내에 있다”고 했다. 음반 밀어내기 의혹에 대해서는 언론보도 등을 근거로 “믿을 만한 사유가 있다”며 “이 또한 어도어를 위한 경영 판단이라고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쌍방소송은 2024년 11월 민 전 대표의 풋옵션 행사 통보에서 비롯했다. 앞서 민 전 대표와 하이브는 같은 해 4월부터 경영권 탈취 의혹, 뉴진스 차별 의혹 등으로 극심한 대립을 이어왔다.
당시 민 전 대표는 풋옵션 행사 시 어도어의 직전 2개년도 평균 영업이익에 13배를 곱한 값에서 자신이 보유한 어도어 지분율의 75%만큼인 약 255억원을 하이브로부터 받을 수 있었다. 2024년 4월 공개된 어도어 감사보고서를 보면 민 전 대표가 보유한 주식은 57만3160주(18%)였고, 풋옵션 산정 기준 연도 어도어의 영업이익은 2022년 -40억원, 2023년 335억원이었다. 이에 더해 민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신 부대표, 김 전 이사가 함께 풋옵션을 행사하겠다고 통보해 민 전 대표 측 청구 소송가액은 모두 약 287억원이었다.
앞서 뉴진스와 어도어 간 전속계약 유효 여부를 둘러싼 분쟁에선 중앙지법 민사31부가 하이브 측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와 별개로 다른 재판부인 민사41부가 심리한 하이브 측과 민 전 대표 사이의 주식 권리 소송에서는 법원이 민 전 대표의 주장을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