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이후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할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제2수사단’ 구성을 위해 정보사령부 소속 요원의 정보를 넘겨받은 것으로 조사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이 유지됐다.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이승한)는 12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특정범죄가중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노 전 사령관과 검사의 쌍방 항소를 기각했다. 원심은 노 전 사령관에게 징역 2년과 추징 249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노 전 사령관은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양형부당을 이유로, 내란 특별검사팀(특검 조은석)은 양형부당을 이유로 각기 항소했다.
항소심은 요원 선발은 계엄 상황에서 선관위 수사단 구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량 탈북 사태를 대비한 것이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서 말하는 ‘부정한 목적’이 없었단 노 전 사령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요원 후보자 개인정보를 요청하면서 요원 명단 작성 및 수정에 깊이 관여해 왔는데, 일련의 과정이 진행되던 중 계엄을 대비한 여러 준비를 했고, 탈북 상황을 대비했다고 보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결국 이 사건 요원을 선발한 것은 계엄 시 중앙선관위에 대한 수사를 하기 위한 목적이었음을 인정할 수 있고, 계엄에 관한 실체적 요건이 전혀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에 동조해 중앙선관위 수사를 위한 요원 명단을 작성하고 구체적인 임무를 정하거나 이를 준비한 것은 위헌적이고 위법한 행위에 해당하는바, 결국 그 과정에서의 개인정보 취득에는 부정한 목적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공소권 남용 주장도 배척했다. 재판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죄와 내란 중요임무 종사죄는 보호법익과 구성요건 등이 상이한 별개의 범죄라고 짚었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으로 기소 후에 이뤄진 수사로 이 사건 공소가 제기됐고, 부풀려진 사실관계도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노 전 사령관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에 대한 공소제기가 이뤄진 상태인데 추가구속을 위해 의도적으로 이 사건에 대한 분리기소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계엄 선포가 고도의 통치행위로 사법부 판단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노 전 사령관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모든 국가 행위는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합법적으로 행해져야 한다”며 “사법부는 그러한 고도의 정치적 결단의 부당한 행사에 대해서 헌법과 법률 위반 여부를 심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진급 청탁 대가로 현역 군인들에게 금품을 수수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봤다. 재판부는 “전역한 민간임임에도 군 인사권자와 개인 관계를 내세워 후배 군 인사 관여를 시도하고 금품을 수수해 죄질이 불량하다”며 “계엄 상황을 염두에 둔 준비 행위로 수사단 구성을 주도하고 개인정보에 철저한 보안이 필요한 특수임무 요원 인적 사항을 권한 없이 수집해 죄책이 무겁다”고 질책했다.
노 전 사령관과 특검팀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해선 “이미 원심에서 참작된 것으로 보이며, 이 법원에 이르러 추가적으로 반영돼야 할 별다른 양형 요소가 새롭게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별도로 공소 제기된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사건으로 1심 재판을 받고 있고 그 부분에 관해는 조만간 1심에서 별도의 법적 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췄을 때 원심이 선고한 형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민간인 신분이었던 노 전 사령관은 36년간 인연을 맺어온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비선’ 역할을 하면서 비상계엄 모의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할 비선 조직인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제2수사단을 구성하고자 정보사 요원들의 인적 정보 등 군사 정보를 넘겨받은 혐의로 지난해 6월 기소됐다. 재작년 진급을 도와주겠다는 청탁 명목으로 김봉규 전 정보사 중앙신문단장과 구삼회 육군 2기갑여단장으로부터 현금 총 2000만원과 백화점 상품권 600만원 상당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노 전 사령관과 윤 전 대통령 등의 내란 혐의 재판을 심리 중이다. 이 재판에서 검찰은 노 전 사령관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선고는 이달 19일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