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 확산으로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최근엔 ‘우엉 김밥’이 혈당 관리에 이롭다는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고 있는데, 많은 양을 한 번에 먹을 경우 되레 혈당을 올리는 주범으로 돌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채소 종류와 섭취량에 따라 혈당 반응이 달라질 수 있어 섭취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우엉 김밥은 예전부터 일부 식당에서 꾸준히 판매돼 왔지만, 최근 몇 년 새 대중적인 인기가 늘었다.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2’에서 사찰 음식 명장 선재 스님은 우엉조림이 들어간 ‘두부김밥’을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고기 대신 간장에 졸인 두부와 우엉을 넣어 김에 말아낸 것으로, 식물성 단백질이 포함된 절제된 사찰 조리법으로 ‘건강한 한 끼’ 대안으로 떠올랐다. 방송인 김나영은 자신의 유트브채널을 통해 우엉을 넣은 김밥을 선보였고, 배우 한가인도 일상 브이로그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우엉을 활용한 다양한 반찬 레시피를 공개했다.
16일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우엉에는 당뇨 개선과 체중 감량에 도움을 주는 이눌린(Inulin)이 풍부하다. 이눌린은 체내에서 소화·흡수되지 않고 장까지 도달하는 ‘프리바이오틱스(유익균 먹이)’ 역할을 하는 성분으로, 장내 미생물에 의해 발효돼 변비를 예방하는 효과가 뛰어나다. 이 외에도 칼슘 흡수율을 높여 뼈를 튼튼하게 하고, 몸 속 활성산소를 제거해 피부 건강 개선과 노화 예방에 도움을 준다. 우엉은 약재로도 자주 쓰였는데, 동서를 막론하고 민간요법에서 소화를 돕고 위염과 궤양을 치료하며, 정장 및 이뇨의 효과가 탁월한 식물로 알려져 있다. 우엉 뿌리를 우려낸 액은 머리털을 튼튼하게 한다고 알려져 최근엔 탈모 방지 샴푸 재료로도 활용되고 있다.
문제는 한 번에 많은 양을 섭취할 경우 오히려 혈당 수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식품 영양성분 자료에 따르면 생우엉 100g에는 약 15g 내외의 탄수화물이 들어 있다. 이 중 상당 부분은 식이섬유이지만, 체내에서 소화·흡수되는 당질도 포함돼 있다. 특히 김밥 속재료로 쓰이는 우엉은 달콤한 맛을 내기 위해 조리 과정에서 설탕이나 물엿을 추가하는 경우가 많아 혈당 관리 목적으로 선택했다가 오히려 당 섭취량이 늘어날 수 있다.
최근 내과전문의 김지은 원장은 ‘내과전문의 닥터케이’에서 당뇨 환자들이 주의해야 할 ‘좋은 채소’와 ‘조심해야 할 채소’를 소개했다. 김 원장에 따르면 채소를 혈당 관점에서 볼 때 전분 함량에 따라 ‘비전분채소’와 ‘전분채소’로 분류할 수 있다. 우엉을 비롯한 감자, 옥수수, 단호박 등 구황작물은 ‘전분 채소’로 분류된다. 이들은 쌀 대신 먹었을 정도로 탄수화물 함량이 높아 혈당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
구황작물은 혈당 지수(GI)도 높다. 흰쌀밥의 경우 70~80인데, 찐 고구마·찐 옥수수는 70, 군고구마·옥수수죽·찐 감자는 90이다. 전분채소에 들어 있는 전분은 소화 효소에 의해 빠르게 분해되고, 삶거나 찌는 조리 과정까지 거치면 소화 속도가 더 빨라져 혈당을 급격히 올린다.
즉 전분채소는 밥과 비슷한 ‘탄수화물 식품’으로 인지하고 섭취량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 원장은 밥의 양을 줄이되 전분 채소는 적게 먹고, 식단의 나머지를 비전분 채소와 단백질 식품으로 구성하는 방식을 추천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혈당 조절이 필요한 사람은 우엉 섭취량을 조절하고, 당이 함유된 조림은 피하는 것이 좋다”며 “한 끼 식사에서 전체 탄수화물 총량을 고려해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