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가 아니라 기존 사업 모델을 무너뜨리는 포식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뉴욕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1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69.42포인트(1.34%) 내린 4만9451.98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108.71포인트(1.57%) 내린 6832.7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469.32포인트(2.03%) 하락한 2만2597.15에 각각 마감했다. 이날 시장은 AI가 전문 기업용 소프트웨어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는 관측을 넘어, 금융·물류·부동산 등 전통적인 산업 생태계까지 위협할 것이라는 공포에 휩싸였다.
◆ 금융·물류·부동산 서비스업 ‘AI 타격’ 가시화
이날 하락세는 AI의 파괴적 혁신이 기존 사업 모델에 실질적인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분석에서 시작됐다. 자산관리 서비스를 AI가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모건스탠리가 4.88% 하락하는 등 금융사들이 약세 압력을 받았다.
물류와 부동산 서비스 업종의 충격은 더욱 컸다. AI가 물류 분야의 사업 모델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는 전망 속에 CH 로빈슨 월드와이드가 14.54% 폭락했다. 부동산 서비스 기업인 CBRE와 존스랑라살 역시 AI 충격 우려로 각각 8.84%, 7.57% 하락하며 이틀째 급락세를 이어갔다.
투자회사 KBW의 제이드 라마니 애널리스트는 투자자 노트에서 “AI가 주도하는 파괴적 혁신에 잠재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보이는 고수수료, 노동집약적 사업 모델에서 투자자들이 이탈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는 인간의 노동력과 중개 수수료에 의존하던 기존 기업들의 수익 구조가 AI에 의해 위협받고 있음을 시사한다.
◆ 실적 부진에 비용 부담 겹친 기술주
개별 종목 중에서는 시스코 시스템즈의 하락이 두드러졌다. 시스코 시스템즈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과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 전망을 제시하며 이날 12.32% 급락했다. AI 서버 수요는 늘고 있으나, 그에 따른 부품 가격 상승이 오히려 기업의 수익성을 갉아먹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금과 은 등 주요 자산 가격도 동반 하락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은 이날 오후 1시 42분쯤 전장 대비 2.8% 하락한 온스당 4938.69달러에 거래됐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는 온스당 4948.4달러로 전장 대비 2.9% 내렸다. 특히 은 가격은 8.9% 급락한 온스당 76.54달러를 기록하며 전날의 상승 폭을 모두 되돌렸다.
◆ 전통적 우량주의 재평가 시작되나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조정이 아닌 산업 구조 재편의 신호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AI 수혜주로 묶이지 않았던 기업들이 이제는 ‘AI에 의해 대체될 기업’으로 분류되며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는 모습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기업들이 얼마나 빠르게 AI를 방어하거나 자사 모델에 흡수하느냐가 향후 주가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