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석포제련소로 향하는 길목에서 만난 것은 공장의 차가운 기계음이 아닌 강물을 가르는 수달의 매끄러운 몸짓이었다. 출근길 직원의 카메라에 포착된 세 마리의 수달 가족은 이곳이 더 이상 ‘논란의 중심’이 아닌 ‘생태의 보고’로 변모하고 있음을 온몸으로 웅변하고 있었다. 단순히 수치가 좋아졌다는 통계보다, 가장 예민한 생명체가 먼저 돌아왔다는 사실은 이곳에 불어닥친 환경 패러다임의 변화가 얼마나 깊고 묵직한지를 의미한다.
13일 영풍에 따르면 석포제련소가 지난 5년여간 단행한 환경 투자의 본질은 ‘처리’가 아니라 ‘차단’에 있다. 과거에 오염물질이 나오면 이를 어떻게 깨끗하게 걸러낼까를 고민했다면, 이제는 아예 밖으로 나갈 문 자체를 없애버리는 식이다.
그 핵심 병기는 공장 외곽 2.5km를 에두른 ‘지하수 확산방지시설’이다. 거대한 차수벽이 공장 하부의 지하수가 하천으로 스며드는 길목을 완벽히 가로막는다. 갇힌 지하수는 펌프로 올려 정화한 뒤 공정수로 다시 쓴다. 여기에 ‘폐수 무방류 시스템(ZLD)’이 화룡점정을 찍는다. 공정에서 발생한 폐수가 단 한 방울도 외부로 나가지 않고 공장 안에서만 순환하는 구조적 완결성을 갖춘 것이다.
비가 올 때도 빈틈은 없다. 통상 법적 기준은 초기 강우 5mm까지만 관리하면 되지만, 석포제련소는 무려 16배에 달하는 80mm의 폭우가 쏟아져도 이를 전량 받아낼 수 있는 담수 용량을 확보했다. 하늘에서 내린 비조차 공장 밖으로 흐르지 못하게 묶어두고 다시 공정에 투입하는 철저함이다.
현장에서 확인한 변화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습식공장 바닥이다. 약 1만7000평에 달하는 공장 바닥 전체를 콘크리트와 내산벽돌, 그리고 특수 라이닝으로 겹겹이 쌓아 올린 ‘3중 차단 구조’로 개량했다. 혹시 모를 토양 침출 가능성까지 물리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의지다.
이러한 ‘인프라의 재설계’는 즉각적인 데이터로 나타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제련소 앞 낙동강(석포2~4 지점)의 수질은 최근 수년간 1~2급수를 유지 중이다. 특히 카드뮴과 아연 등 주요 중금속은 2022년 이후 사실상 ‘불검출’ 수준이다. 상류 지점과 하류 지점의 수질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은 제련소 조업이 강물에 미치는 영향이 ‘제로’에 수렴하고 있음을 뜻한다.
환경 엔지니어링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모니터링 중심의 수동적 관리가 아니라, 오염 경로 자체를 삭제한 진일보한 방식”이라고 평가한다. 54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은 단순한 설비 교체가 아닌, 공장의 유전자 자체를 ‘환경 친화형’으로 바꾸는 데 쓰였다.
석포제련소 인근에는 수달뿐만 아니라 열목어와 산양 같은 멸종위기종들이 터를 잡고 살아가고 있다. 환경 지표종들의 등장은 석포제련소가 구축한 환경 관리 체계가 단순한 홍보용 수식어가 아님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증거다.
영풍 관계자는 “이제는 과거의 문제를 수습하는 단계를 지나, 오염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거세하는 단계에 진입했다”며 “낙동강 수계를 지키는 파수꾼이자 지역사회와 100년을 함께할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