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혈압과 당뇨병으로 약물치료를 받는 50대 A씨는 최근 혈압 조절이 잘 안 돼 신장내과를 찾았다. 검사 결과, 콩팥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주요 동맥이 좁아져 혈류량이 감소하는 ‘신장동맥 협착증’을 진단받았다.
#2. 60대 B씨는 최근 소변에서 거품이 보여 병원을 찾았더니 ‘단백뇨’ 소견을 받았다. 단백뇨는 신장이 제대로 여과 기능을 하지 못해 소변에 단백질이 섞여 나오는 증상으로 B씨는 현재 신장 기능이 저하됐다는 소견을 들었다.
고혈압을 앓는 중장년층 가운데 본인도 모르는 사이 신장(콩팥)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된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장 질환은 특히 손상될 때까지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더욱 세심한 관리가 요구된다.
신장은 혈액 속 노폐물을 배출하고 체내 수분과 전해질의 균형을 조절하며 혈압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고혈압과 깊게 연관돼 있는데 고혈압이 오래 지속되면 신장의 미세혈관이 손상돼 신장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반대로, 신장 기능이 나빠지면 염분과 수분 조절이 어려워져 혈압이 더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 때문에 고혈압 환자 중 상당수는 환자 본인도 모르는 사이 신장 질환을 함께 앓는 경우가 많다.
17일 윤혜은 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많은 환자들이 ‘혈압약만 잘 먹고 있다’고 생각해 정작 소변 검사나 혈액 검사 등을 통해 신장 기능을 확인하지 않는다”며 “초기 신장 질환은 피로감, 부종, 소변 변화 같은 증상이 거의 없거나 매우 미미해 일상생활에서 알아차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내 만성콩팥병 환자로 구성된 한국인 만성 콩팥병 장기 추적 연구 사업(KNOW-CKD) 결과에 따르면, 만성 콩팥병 환자 2044명을 대상으로 혈압 변화와 신장 기능 저하 속도를 분석해보니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을수록 신장 기능이 더 빠르게 저하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윤 교수는 “고혈압 환자가 신장 질환을 의심하는 증상 중 하나로 혈압약을 2∼3가지 이상 복용하고 있음에도 혈압이 지속적으로 높다면 단순한 고혈압이 아니라 신장 질환에 의한 이차성 고혈압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변 검사도 중요한 지표다. 윤 교수는 “신장 질환은 소변 검사에서는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변화가 나타난다”며 “소변에 거품이 많은 단백뇨나 혈뇨, 소변량 검사 등이 있다면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종 역시 주의해야 할 증상이다. 신장이 체내 수분과 염분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면 얼굴, 발목, 종아리 등에 부종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부종이 온종일 지속되면서 혈압 상승이 함께 동반된다면 신장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또한 고혈압 진료 과정에서 시행한 혈액 검사에서 크레아티닌(Creatinine·근육에서 생성되는 노폐물) 수치가 상승하거나 사구체여과율(eGFR)이 감소했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이미 신장 기능이 저하되고 있다는 객관적인 지표이므로 반드시 전문 진료가 필요하다.
아울러 △40세 이전에 고혈압이 발생한 경우 △당뇨병이나 심혈관 질환이 동반된 경우 △가족 중 신장 질환 환자가 있는 경우 역시 신장 질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신장 질환은 조기에 발견하면 진행을 늦추고 심각한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고혈압이 있다면 단순히 혈압 수치만 관리할 것이 아니라, 정기적인 신장 기능 검사와 소변 검사를 함께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혈압 조절이 잘되지 않거나 당뇨병, 가족력, 고령이라는 위험 요인이 있다면 더욱 세심한 관리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