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는 13일 오후 5시부로 쿠바 전역에 여행경보 2단계(여행자제)를 발령한다고 밝혔다.
여행자제 단계에서는 불필요한 여행은 자제하고, 체류자의 경우 신변 안전에 특별히 유의하도록 권고된다.
외교부는 여행경보 상향 이유로 최근 쿠바 내 전력 및 연료 부족으로 인해 교통, 보건, 통신 등 기본적 생활 여건이 악화한 것을 이유로 들었다.
외신에 따르면 쿠바는 미국의 봉쇄로 심각한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한 뒤 쿠바와 석유 거래를 하는 국가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오랜 기간 베네수엘라의 석유 공급에 의존해 온 쿠바는 이로 인해 에너지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쿠바 정부는 지난 6월 국영기업에 주 4일제를 도입했다. 일부 기관은 인력 재배치와 근로계약 해지를 포함해 조정에 들어갔다. 학교는 단축 수업을 시작했고, 대학들도 출석 요건을 완화했다. 일부 관광 시설도 폐쇄했다. 전기는 12시간 정도만 쓸 수 있다.
대중교통은 운행을 감축했다. 현지 주민은 외신에 “아바나 지역 주요 시내버스가 거의 사실상 운행되지 않고 있다”며 “다른 지역으로 가는 고속버스 역시 대부분 끊겼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공공기관 직원들의 경우 통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아예 출근하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해졌다”고 전했다.
시내 주유소에서 디젤 판매는 하지 않고 있으며, 휘발유의 경우 쿠바 현지 통화(페소)가 아닌 미화(달러)로만 살 수 있다. 이마저도 1회 20ℓ 구매로 제한된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대기를 걸 수는 있는데, 기약은 없다.
이에 숯이나 나무 땔감을 찾아다니고 있다. AFP통신은 최근 쿠바에서 화로와 숯 판매가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을 만난 한 주민은 “숯도 비싸져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이게 요리를 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숯을 살 수 없는 더 빈곤한 사람들은 나무 땔감을 연료 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하늘길도 막혔다. 쿠바는 지난 10일 한 달간 항공기 연료 공급을 중단한다고 항공사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쿠바에서 출발하는 장거리 항공기들은 이륙 후 다른 국가에 추가로 들러 급유해야 한다. 한번 급유로 왕복 운항을 할 수 있는 미국 아메리카·델타 항공은 쿠바행 항공편 운항을 유지 중이다.
쿠바 주변국이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나서지 않으면서 쿠바의 어려움이 커지는 상황이다.
쿠바의 우방인 러시아만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석유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쿠바 주재 러시아대사관은 최근 쿠바 현지 신문에 “조만간 인도주의적 지원으로 석유와 석유제품을 쿠바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쿠바에 석유를 공급한 것은 지난해 2월이 마지막이었다.
멕시코는 우유, 분유, 육류, 과자, 콩, 쌀, 생선, 식용유 등 구호품을 보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미국과 대화할 뜻이 있다면서도, 압박에 굴복해 대화하지는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쿠바 스스로 무너질 것”이라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