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록 손해, 그냥 쉽니다”…공항 122만 북적일 때 대학로 문 닫는 ‘역설’

설 연휴 인천공항 일평균 20만여명 역대급 인파 “해외로 해외로”
체감경기 60선 추락, 인건비 부담까지…골목상권은 ‘자발적 휴업’
국내 소비 실종에 자영업자 한숨만 “더 떨어질 매출도 없는 현실”

“이제 더 떨어질 매출도 없어요.”

 

내수 부진과 인건비 부담이 겹치면서 명절 대목을 포기하고 아예 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unsplash 제공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평소라면 데이트하는 연인과 가족 단위 방문객으로 북적여야 할 주말 낮이지만, 거리는 스산할 정도로 한산했다. 이곳에서 5년째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45) 씨는 텅 빈 매장 안에서 연신 휴대폰만 들여다봤다.

 

반면 같은 시각,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카트를 밀며 늘어선 출국 수속 대기줄만 수십 미터. 명절을 맞아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들의 표정엔 설렘이 가득했다. 골목상권의 깊은 한숨과 공항의 환호, 이번 설 연휴가 만들어낸 극명한 대비다. 과거 명절은 가족 외식으로 이어지는 ‘대목’이었지만, 구매력 있는 소비층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내수는 오히려 더 꽁꽁 얼어붙고 있다.

 

◆체감경기 60선…“경기 나쁘다” 응답 과반

 

현장의 절망은 지표보다 훨씬 깊고 어둡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한 최근 소상공인 체감경기지수(BSI)는 100을 크게 밑도는 60~70선에 머물고 있다. 100 미만이면 ‘경기가 나쁘다’는 응답이 더 많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 내수 지표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최근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대비 감소 흐름을 이어가며 뚜렷한 부진의 늪에 빠졌다.

 

고물가로 지갑이 얇아진 데다 명절 연휴까지 겹치면서 오프라인 상권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공항은 ‘북적’…일평균 20만명대 출입국

 

텅 빈 거리와 달리 해외로 나가는 길목은 문전성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번 설 연휴(13~18일) 기간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출입국 여객이 약 122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루 평균 20만4000명 수준이다. 연휴 기간이 길지 않음에도 일평균 이용객은 20만명대를 훌쩍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여의도 오피스 밀집 지역에서 음식점을 하는 이모(51) 씨는 “연휴가 길어지면 아예 해외여행을 떠나는 분위기”라며 “국내 상권으로 돌아야 할 소비가 줄어든다는 체감이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다만 여행 지출의 일부는 국내 항공·여행업계 매출로 반영되는 만큼, 단순한 ‘소비 유출’로만 보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영업자의 선택: 열 것인가, 쉴 것인가?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차라리 쉰다”…인건비 부담에 휴무 선택

 

빚으로 버티는 자영업자들에게 연휴는 이제 기회가 아닌 생존을 건 ‘고비’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여전히 턱밑까지 차올랐고, 일부 업종은 연체율마저 오름세다.

 

매출은 바닥을 기는데 매달 나가는 임대료와 인건비 고지서는 어김없이 날아든다. 특히 5인 이상 사업장은 법정공휴일에 직원이 근무할 경우 통상임금의 1.5배를 줘야 한다.

 

이번 연휴 기간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여객은 일평균 2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여, 내수 침체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pixabay 제공

특근 수당으로 몇십만원을 더 쥐어 줘도 이를 상쇄할 만큼 손님이 오지 않는다면, 무리해서 문을 여는 것 자체가 고스란히 손해로 직결된다. 인건비라도 아끼겠다며 아예 연휴 휴무를 택하는 점포가 속출하는 이유다.

 

실제 자영업자들이 모인 카페에는 “명절 매출은 포기하고 직원들과 쉬기로 했다”, “나도 이제 명절엔 문 닫는다”는 자조 섞인 글이 줄을 잇고 있다. 

 

공항 출국장의 끝없는 대기 줄과 골목 식당 문턱에 내걸린 ‘금일 휴업’ 팻말. 이것이 설 연휴가 보여주는 극명한 소비 양극화의 민낯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