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답게 살아라’ 역대급 흥이 넘치는 뮤지컬 ‘킹키부츠’

킹키부츠는 정말 신나는 뮤지컬이다. 80년대 디스코장에 들어선 듯 강렬한 비트가 경쾌하다. “너답게 살아(Be who you are)”라는 삶의 원칙을 춤과 노래로 단순하면서도 강력하게 설파한다. 다수에겐 아직 생경한 ‘여장가수’임에도 국내 뮤지컬 팬에게 인기 캐릭터로 자리잡은 롤라는 등장 순간부터 마지막 피날레와 커튼콜까지 관객을 사로잡는다. 객석 열기는 요즘 공연가에선 가장 뜨거울 성싶다.

 

2013년 뮤지컬 1번지인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우리나라가 프로듀싱에 참여한 글로벌 뮤지컬이다. 미국 토니상과 영국 올리비에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뮤지컬 ‘킹키부츠’. CJ ENM제공

주인공은 쇠락한 고향 노샘프턴을 떠나려던 영국 젊은이 찰리. 그러나 갑작스러운 부친 사망으로 3대째 이어 온 신사화 공장 ‘프라이스 앤 선’을 물려받는다. 전통 있는 구두 공장이지만 수입품 저가 공세에 문 닫기 직전이다. 공장을 어떻게든 살리려 애쓰는 찰리는 밤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롤라에게서 신제품 개발 아이디어를 얻는다. 여장가수로 무대에 서는 롤라는 자신처럼 덩치 큰 남자를 위한 화려하면서 튼튼한 하이힐이 아쉽다는 얘기를 듣고 굽에 철심을 박은 신제품 ‘킹키부츠’ 개발에 승부를 건다.

 

보수적인 공장 직원들과 투닥이며 롤라와 찰리가 ‘킹키부츠’를 만드는 과정은 정체성을 찾아가는 길이다. 경상도 사내 같은 공장 직원들과 롤라가 벌이는 힘겨루기에선 ‘상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라’는 삶의 지혜가 전해진다. 여장 가수로서 힘겨운 삶을 살아온 롤라가 자신을 부정했던 부친이 말년을 보내고 있는 요양원에서 공연하는 모습도 아름답다. “그대 맘속에 새겨줘 나를. 이해해줘요. 이 모습 그대로”라고 노래하며 부친을 용서한다.

 

자신을 향한 아버지의 큰 기대에 중압감을 느껴왔던 찰리 역시 선친이 만들어놨던 공장 부지 개발 계획을 뒤엎고 ‘킹키부츠’를 밀라노 패션쇼에 출품하며 진정한 자아를 찾아간다.

 

뮤지컬 ‘킹키부츠’. CJ ENM제공

뮤지컬로서 ‘킹키부츠’가 가진 강력한 무기는 80년대 마돈나와 쌍벽을 이뤘던 팝의 여왕 신디 로퍼가 만든 노래들. 한 시대를 풍미한 신디 로퍼 대표작 ‘걸스 저스트 원트 투 해브 펀’, ‘쉬밥’처럼 비트가 넘치는 ‘랜드 오브 룰라’, ‘섹스 이즈 인 더 힐’, ‘함께 외쳐봐 YEAH’같은 흥겨운 노래와 명곡 ‘트루 컬러스’를 떠올리게 하는 ‘솔 오브 어 맨’, ‘못난 아들’, ‘그대 맘속에 나를 새겨줘’ 등 중독성 높은 노래가 이어진다. 신디 로퍼 특유의 DNA가 뚜렷하게 각인된 노래들이다.

 

신나는 무대를 책임지는 건 롤라. 매력적인 캐릭터로서 누가 맡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이 들게 된다. 이번 시즌 롤라 역에는 강홍석·백형훈·서경수가 캐스팅됐다. 지난달 23일 공연에선 ‘타고난 롤라’라는 평을 받는 강홍석이 힘 있는 연기와 노래로 객석을 사로잡았다. 초연부터 거의 모든 시즌에서 롤라를 맡아온 그는 캐릭터와 일체화된 연기로 범접 불가한 카리스마와 넘치는 끼를 발휘하며 관객을 단숨에 끌어당긴다. 백형훈은 탄탄한 연기력과 감성적인 결을 바탕으로 새로운 롤라의 색을 보여주고 서경수는 파워풀한 목소리와 감각적인 표현력으로 매혹적인 롤라를 완성한다. 같은 배역이라도 배우에 따라 무대의 온도가 달라진다는 점이 킹키부츠를 반복 관람하게 만드는 이유다.

 

‘킹키부츠’의 또 다른 매력은 롤라와 함께 무대를 누비는 여섯 명의 무용수 ‘엔젤’들이다. 매시즌마다 화려한 무용으로 인기를 끄는데 이번 시즌 역시 그들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보여주는 춤에서 시선을 떼기 힘들다. 이번 시즌 엔젤 역에는 김영웅·한준용·김강진·최재훈·손희준·한선천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아찔한 킬힐 안무에도 흔들림 없는 테크닉과 개성 넘치는 무대 매너로 ‘킹키부츠’만의 생동감있는 춤과 다채로운 표정과 몸짓으로 무대 에너지를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이들이 객석을 누비며 만드는 커튼콜 또한 백미다.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3월 29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