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채수근 해병대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외압을 가하고 은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판이 4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윤 전 대통령이 채상병 순직 관련 수사 결과에 대해 ‘격노’하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크게 질책한 것을 직권남용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가 향후 재판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은 3일 수사외압 ‘본류’에 해당하는 윤 전 대통령 등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용서류무효 등 혐의 사건 1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지난해 11월28일 채해병 특별검사팀(특검 이명현)이 윤 전 대통령 등을 재판에 넘긴 지 두 달여 만이다.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19일 경북 예천 수해복구 작전 중 일어난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한 뒤 대통령실과 국가안보실, 국방부와 해병대가 개입해 조직적으로 수사 결과를 은폐하고 수정하려 했다는 게 수사외압 사건의 골자다.
구체적으로 대통령실과 국방부는 채상병 순직 사건의 경북경찰청 이첩을 보류하고 사건을 국방부 조사 본부에서 재검토하도록 했고, 그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피혐의자에서 제외하도록 외압을 가했다는 게 특검팀의 공소사실이다. 특검팀에 따르면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이 전 장관과의 통화에서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고 화를 냈다고 한다.
향후 재판에선 윤 전 대통령의 이런 ‘질책성 지시’가 이 전 장관을 통해 대통령실과 국방부, 해병대로 내려와 이들 기관에서 수사 결과를 조직적으로 무마 및 은폐한 게 맞는지 등에 대한 증거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직권남용죄 성립 여부를 두고 치열한 법리 다툼도 예상된다. 형법 123조에 따르면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상대방에게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상대방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
이에 따라 먼저 윤 전 대통령의 질책성 지시가 대통령으로서 직무상 권한을 남용한 것이 전제돼야 한다. 여기에 ‘이 전 장관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이 전 장관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 중 한 가지라도 해당된다면 직권남용죄로 처벌할 수 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3일 공판준비기일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임 전 사단장을 피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지시나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기록 회수, 박정훈(전 해병대 수사단장) 보직해임, 수사결과 변경 등 공소장에 기재된 사건과 관련해 어떠한 지시를 한 바 없고 공모한 바도 없다”고 말했다.
또 설령 그러한 지시를 했더라도 군 통수권자로서 법리적으로 정당한 권한 행사였으므로 직권남용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에게 정부 수반으로서 모든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할 수 있는 일반적인 직무권한이 있다 하더라도 그 권한의 한계는 존재하며, 독립성과 공정성 보장이 중요한 수사·조사 업무에 대통령이 개입하는 건 직권남용이라는 채해병 특검팀 주장에 반박한 것이다.
윤 전 대통령과 함께 기소된 이 전 장관 측도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특정인을 피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구체적 지시를 받은 게 없고, 지시를 한 사실도 없다”며 사건기록 회수, 국방부 조사본부 이첩은 장관의 정당한 권한 행사여서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한편 재판부는 다음달 18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진행한 뒤 4월부터 정식 공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1심 선고는 10월께 나올 전망이다.
재판장인 우 부장판사는 “죄송하지만 좀 빠르게 (다음) 기일을 잡을 순 없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제 생각에는 10회 기일이면 끝날 거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3월(2차 공판준비기일)부터 6달~7달이면 될 거 같다. 4월부터 (1차 공판을) 진행해도 6달에서 7달이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이 사건을 심리하는 중앙지법 형사27부는 지난달 윤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씨에게 알선수재 혐의 일부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한 재판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