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분쟁 막을 ‘유언 보관제’ 필요성 커지는데 도입은 지지부진…“법원에 보관 맡겨야”

가족 간 상속재산 분쟁을 방지할 ‘유언장 작성’의 필요성이 커지며 유언장을 국가 또는 공적 기관에 등록해 보관하는 ‘유언 등록·보관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조계 안팎에선 유언의 검인(유언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는 것)을 담당하고 가족관계등록 시스템을 관장하는 법원을 유언 등록·보관 기관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유언 작성뿐 아니라 ‘작성 후 관리’도 중요

 

16일 대법원 산하 연구기관인 사법정책연구원이 펴낸 ‘유언증서 등록·보관제도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상속재산 분할사건 수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4배 이상 증가했다. 또 상속재산 분할사건의 소송물 가액은 1억원 이하인 경우가 80%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유언서. 게티이미지뱅크

피상속인 본인이 사망하기 전 재산의 처분과 관리를 적극적으로 설계하려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시중은행의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2020년 말부터 2024년 2분기까지 약 4년간 4배가량 증가했다.

 

이처럼 상속 분쟁을 줄일 대안으로 ‘유언 작성’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지만, 정작 유언의 온전한 보관과 발견을 지원하는 제도는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상속인 사망 후 유언이 아예 발견되지 않거나 발견하는 과정에서 일부 내용의 위·변조가 일어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유언 작성 못지않게 ‘작성 후 관리’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현행법은 유언의 보관과 발견을 전적으로 유언자의 책임에 맡기고 있다”며 “그 결과, 피상속인의 유언을 통한 의사실현은 ‘유언을 실현해줄 누군가에 의해 신속하게 발견되는가?’라는 우연한 사정에 의해 좌우될 위험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언 등록·보관제도는 유언의 온전한 보관과 신속한 발견을 가능하도록 해 우연한 사정에 의해 유언자의 의사실현이 좌우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뿐만 아니라 민법이 정하는 유언 방식 준수를 유도할 수 있어 유언이 무효가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뒤늦게 발견되는 유언의 존재·내용으로 인해 상속인의 법적 안정성이 위협받을 가능성도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일본·독일·프랑스 등 유언 보관 제도 도입

 

한국보다 앞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유언서보관법’을 제정해 2020년 7월부터 유언장 공적 보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용자는 3900엔(약 3만6000원)을 내면 각 지역 법무국(한국의 등기소)에 자필 유언장을 맡길 수 있다. 2022년 일본 후생노동성 발표에 따르면 유언장 공적 보관·관리 제도 도입 이후 상속 분쟁 건수는 2년 새 38.2% 줄었다.

 

독일도 민·형사 1심을 담당하는 구법원(Amtsgericht)에서 유언의 공적 보관을 담당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유언과 상속 계약 등 상속 관련 문서의 정보를 ‘중앙유언등록부’에 집중시켜 관리하는 등록제도도 운용하고 있다. 프랑스도 공증인 협회가 운영하는 중앙유언등록부에 유언 정보를 등록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 영국과 미국 일부 주에서도 법원에 유언 보관을 신청할 수 있다.

 

◆韓, 법률 발의됐으나 폐기…“법원이 보관 담당해야”

 

한국에서도 유언장 공적 보관제도를 도입하는 법안이 지난 21대 국회에 발의됐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전 의원이 2023년 9월 대표발의한 ‘유언증서 보관 등에 관한 법률안’으로, 가정법원 또는 지방법원에 유언보관소를 두고 유언의 위조와 변조, 분실과 훼손을 방지하는 내용이 뼈대다.

 

한국의 기존 상속법제 등을 감안하면 유언증서를 법원에 등록·보관하도록 하되, 피상속인 사망 후 상속인 등에게 반환되지 않고 법원의 검인 절차로 넘어갈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연구진은 “유언 등록·보관제도에 관한 선행 연구들의 제안안과 일본의 제도는 보관된 유언에 관해 검인절차를 면제하고 있으나, 검인절차는 ‘법관의 눈으로 유언증서 등의 상 태를 확인’하고, ‘상속인들의 진술을 한데 모아’ 공적문서로 남기는 현실적인 기능을 하고 있음이 확인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유언 등록·보관제도는 본질적으로 ‘검인사건을 시간적으로 앞당긴 것’이 된다는 점, 이밖에도 ‘공적 장부·등록제도’의 성격을 가지고 가족관계등록부와의 연계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유언 등록·보관제도를 담당할 기관은 검인절차를 담당하고, 또 가족관계등록부 시스템을 관리하는 법원으로 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