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은 우리 재정정책의 향방을 가를 중대한 분기점이다. 대내외적 불확실성 증가, 인구구조 변화, 기술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복합 위기 속에서 국가의 재정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우리 정부의 재정투자 방향과 재정운용계획은 적극적 재정기조 유지, 인공지능(AI)·첨단기술 집중 투자, 구조적 성장 대응, 리스크 관리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재정을 통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초기 위험을 분담함으로써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것이 선진국 재정 운용의 공통된 흐름이다.
김현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재정연구본부장
국제기구와 주요 학계 연구는 공통적으로, 경기 침체와 구조 전환기에 공공투자가 인프라, 디지털 전환, 인적자본, 기후 대응 분야에서 장기 생산성을 높이는 ‘미래 자산’의 토대가 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단기적 경기부양을 넘어, 경제의 구조적 경쟁력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확충하는 의미다. 지금의 적극재정은 단순한 지출 확대가 아니라,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로 이해되어야 한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정부지출의 성과가 자동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동일한 재정 규모라도 제도적 역량, 정책 설계의 정교함, 집행의 투명성에 따라 효과는 크게 달라진다. 재정의 양만큼이나 ‘질’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우리 사회는 이미 여러 차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높은 제도적 역량과 사회적 신뢰를 입증해 왔다. 팬데믹과 글로벌 금융 불안 속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재정 운용과 정책 집행을 통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이는 앞으로의 재정정책에도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획예산처의 역할은 더욱 막중하다. 경기 대응과 구조적 성장 촉진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핵심 기관으로서, 단순한 예산 배분을 넘어 국가 중장기 전략을 설계하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AI·반도체·바이오·친환경 산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와 지역 혁신, 인적자본 축적에 대한 지원은 민간 혁신을 유도하는 중요한 촉매가 될 수 있다.
동시에 재정의 역할은 단순한 지출 확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정책 역할의 강화와 책임성 확보라는 두 축 위에서 균형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사전 타당성 검증과 성과 중심 예산제도의 내실화, 체계적인 사후 평가, 비효율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재정 신뢰를 지키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중장기 재정 전망을 투명하게 제시하고 책임 있는 재정 운용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노력 역시 필수적이다. 이는 재정정책이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으로 작동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토대다.
2026년은 이러한 방향 전환을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다. 지금이야말로 미래 성장을 위한 전략적 투자를 추진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재정수입 기반을 확립해야 할 때다. 원칙 없는 지출 확대도, 과도한 위축도 해답이 될 수 없다.
기획예산처가 ‘적극성’과 ‘책임’이라는 두 바퀴를 균형 있게 굴릴 때, 우리 재정은 단기 위기 대응을 넘어 장기 성장과 세대 간 형평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선택이 향후 수십 년 한국 경제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그 책임과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