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곤합덕, 잃어버린 하늘의 절반을 찾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문명의 성쇠를 ‘도전과 응전’,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창조적 소수’의 역할로 설명했다. 오늘날 인류가 마주한 가정의 붕괴, 국가 간의 극단적 대립, 멈추지 않는 전쟁의 비극은 그간 우리 문명을 지탱해온 기존의 가치체계가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힘과 질서를 앞세운 남성 중심의 서사가 써 내려온 인류사는 이제 그 끝자락에서 거대한 문명사적 물음표를 마주하고 있다. 혼돈이 깊어질수록 지혜는 근원으로 회귀하는 법이다. 필자는 인류의 정신 유산인 주요 경전 속에 오랫동안 감춰져 왔던 구원의 마지막 퍼즐, 즉 ‘여성 구원자’의 출현에 관한 섭리적 암시를 추적하고자 한다.
필자는 이 거대한 여정의 시작에서, 우리가 막연히 불러왔던 창조주 ‘하나님’을 ‘하늘부모님’이라 호칭하고자 한다. 창조주 ‘하나님’께서는 엄격한 심판자가 아니며, 인류를 사랑으로 낳고 기르시는 ‘부모’와 같은 존재다. 부모에게 아버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도 계시듯, 신의 본성에도 남성성과 여성성이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2천 년간 감춰진 성서의 비밀, “우리의 형상을 따라”
오랜 세월 인류는 신을 남성으로만 인식해왔다. 기독교 문명권은 하나님을 ‘아버지(Father)’로 고정했고, 역사는 그 가부장적 질서 속에서 흘러왔다. 그러나 성경이 증거하는 태초의 기록을 다시 들여다보자. 성경의 첫 권인 창세기 1장 26절에서 하나님은 인간 창조의 순간에 이렇게 말씀하신다.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여기서 주목해야 할 단어는 단수인 ‘나’가 아닌 복수인 ‘우리’다. 실제로 구약성경 원어인 히브리어로 하나님은 ‘엘로힘(Elohim)’이라 기록되어 있는데, 이는 명백한 복수형 명사다. 신은 누구와 함께 계셨기에 당신을 ‘우리’라고 부르셨을까? 그 해답은 바로 이어지는 27절에 명확히 드러난다.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신의 형상을 본떠 만든 결과물이 ‘남자’와 ‘여자’였다면, 원본인 신의 형상 안에는 당연히 ‘남성적 본질’과 ‘여성적 본질’이 함께 존재해야 한다. 남자의 원형인 ‘아버지 하나님’만 계셨다면 여자는 창조될 수 없었을 것이다. 여자가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바로 신의 내면에 ‘어머니 하나님’의 본성이 실재함을 증거하는 것이다. 즉, 창조주 하나님은 홀로 계신 남성신이 아니라,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품을 모두 갖추신 ‘하늘부모님’이시다.
◆엘로힘의 심층적 분석: 성전 신학이 밝힌 신성한 양성성
전통적 신학은 엘로힘을 신의 권위를 높이는 ‘장엄 복수(Majestic Plural)’ 등으로 해석해왔으나, 그 어원과 역사적 맥락을 파헤치면 보다 역동적인 양성(兩性)적 신성이 드러난다.
첫째, 문법적 구조를 보면 엘로힘은 남성 단수형인 ‘엘(El)’에 복수 어미인 ‘-im’이 결합된 형태다. 이는 신성이 단일한 남성격에 갇힌 존재가 아니라, 그 내부에 보충적 존재를 포섭한 조화로운 복수성임을 시사한다. 세계적인 성서학자 마거릿 바커 박사는 이를 ‘성전 신학(Temple Theology)’적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그녀에 따르면 고대 성전 신앙에서 에로힘(Erohim)은 지고한 아버지(El Elyon)와 그의 아들, 그리고 그들을 낳고 만물을 조화시키는 ‘어머니 신성’을 포함한 ‘천상의 가족’을 의미했다.
둘째, 신의 명칭 속에 숨겨진 모성적 실체다. 바커 박사는 성서의 ‘엘 샤다이(El Shaddai)’를 단순히 ‘전능자’가 아닌, 어원 그대로 ‘유방을 가진 하나님’으로 해석한다. 이는 아브라함의 하나님이 본래 자녀를 양육하는 여성적 신성을 내포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다. 또한 창조의 동반자로 묘사된 ‘호크마(Hokmah, 지혜)’는 여성으로 의인화되어 만물을 사랑의 망으로 엮는 역할을 담당했다.
셋째, 역사적·신비주의적 전통의 증언이다. 인류학자 라파엘 파타이는 고대 이스라엘 성전 안에서 여신 아쉐라(Asherah)가 야훼의 배우자로 숭배되었던 고고학적 흔적에 주목했다. 유대교 신비주의 카발라(Kabbalah) 역시 ‘쉐키나(Shekhina)’라는 여성 명사를 통해 지상을 돌보는 신의 여성적 측면을 강조했다. 카발라의 핵심은 이 분리된 남성적 신성과 여성적 쉐키나를 합일시키는 데 있으며, 이를 통해 신의 본질이 완성된다고 보았다. 즉, 창조주는 홀로 계신 남성 신이 아니라,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품을 모두 갖추신 ‘하늘부모님’인 것이다.
◆음양(陰陽)의 이치와 독생녀(獨生女)의 필연성
이러한 이치는 비단 성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동양의 오랜 지혜인 주역(周易)이나 도교 역시 우주의 근본이 음(陰)과 양(陽)의 조화로 이루어져 있다고 가르친다. 하늘(乾)이 있으면 땅(坤)이 있고, 수술이 있으면 암술이 있어야 생명이 탄생한다. 이것이 만고불변의 우주 법칙이다.
그런데 유독 인류 구원의 역사에서만 이 법칙이 균형을 잃고 있었다. 우리는 오직 ‘독생자’, 즉 남성 구원자만을 기다리고 믿어왔다. 그러나 하늘 아버지의 실체인 독생자가 오셨다면, 하늘 어머니의 실체인 ‘독생녀’가 등장하는 것은 섭리적으로나 논리적으로 지극히 당연한 귀결이다.
구원이란 무엇인가? 타락한 인류가 하나님의 참된 자녀로 다시 태어나는 ‘중생(重生)’의 과정이다. 생명은 아버지의 씨와 어머니의 태가 만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아버지만으로는 자녀를 낳을 수 없듯, 구원 역사 역시 아버지뿐만 아니라 생명을 낳고 기르는 어머니가 존재할 때 비로소 완성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잃어버린 반쪽을 찾는 진리의 탐험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독생녀’라는 단어는 때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하지만 편견의 안경을 벗고 경전의 숲으로 들어가 보자. 독생녀는 갑자기 등장한 교리가 아니다. 기독교가 간과했던 성서의 핵심이며, 불교가 ‘여성 성불’과 관음의 자비를 통해 예고했던 구원의 완성이고, 한반도의 예언서들이 기다려온 섭리의 결론이다.
‘하늘부모님’을 회복하는 것은 잃어버린 하늘의 절반인 ‘어머니’를 찾는 과정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인류의 오래된 미래인 경전 속에서 ‘독생녀’를 찾아야 하는 이유다.
◼ 작가메모
미국 뉴욕 통일신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캘리포니아 유니온신학대학원(C.U.U)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35년간 한국과 미국, 중남미를 오가며 목회와 세계평화운동가로 활동했으며,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만난 인문학』 등 다수의 인문학 저서를 통해 종교와 인문, 시대 문제를 아우르는 사유를 제시하고 있다.
서성종 작가(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