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 넣을수록 손해…식재료마다 ‘맞는 자리’가 있다

냉장고가 항상 정답은 아냐
감자·토마토·열대과일은 보관 방식 달라야
식재료 특성에 맞춘 자리 선택이 중요

“일단 냉장고에 넣어두면 안심”이라는 생각은 익숙하다. 냉장 보관이 세균 증식을 늦추고 식품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식재료에 적용되는 만능 해법은 아니다. 일부 식품은 오히려 냉장 환경에서 더 빨리 맛과 식감이 떨어지거나 조리 과정에서 유해 물질 생성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보관의 기준은 냉장 여부가 아니라 식재료의 특성에 있다.

냉장 보관이 오히려 품질을 떨어뜨릴 수 있는 식재료들이 있다. 식재료별 특성에 맞는 보관 장소 선택이 중요하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2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냉장 보관이 오히려 품질을 떨어뜨릴 수 있는 식재료들은 생각보다 많다.

 

■ 감자

감자를 냉장 보관하면 감자 속 전분이 당으로 바뀌기 쉬워진다. 이렇게 당 함량이 높아진 감자를 튀기거나 구우면 아크릴아마이드 생성량이 증가할 수 있다. 아크릴아마이드는 국제암연구소(IARC)가 인체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한 바 있다. 감자는 빛을 차단하고 서늘하며 통풍이 되는 장소에서 보관하는 것이 적합하다.

 

■ 떡·빵

전분이 많은 식품은 냉장 보관 과정에서 쉽게 딱딱해지고 쫄깃함이 줄어들 수 있다. 식약처는 떡과 빵을 냉장보다 냉동 보관하는 것이 적합하며, 먹을 만큼 소분해 밀봉한 뒤 냉동하는 방식을 권장한다.

 

■ 토마토

토마토는 냉장보다 실온 보관이 맛과 식감 유지에 유리하다. 게티이미지뱅크

 

토마토는 저온에 민감한 식품이다. 냉장 보관 시 세포막이 손상돼 과육이 물러지고 풍미가 줄어들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완숙 전 토마토의 경우 실온 보관이 맛과 품질 유지에 유리하다고 안내한다. 미국 농무부(USDA) 역시 이와 유사한 보관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충분히 익은 뒤 단기간 보관이 필요할 경우에는 냉장 보관이 가능하다.

 

■ 꿀

꿀은 냉장 보관을 하면 결정화가 빨라져 질감이 거칠어지고 사용이 불편해질 수 있다. 직사광선을 피하고 서늘한 실온에서 뚜껑이 있는 용기에 담아 보관하는 것이 적절하다.

 

■ 열대과일

바나나와 아보카도 같은 열대과일은 낮은 온도에서 조직이 손상되는 ‘저온 장해’가 발생하기 쉬워 냉장 보관 시 숙성이 멈추고 갈변이나 식감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완전히 익기 전까지는 실온 보관이 원칙이며, 익은 뒤에는 단기간 냉장 보관을 고려할 수 있다.

 

■ 올리브유

올리브유는 냉장 보관보다 서늘한 실온 보관이 권장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올리브유는 저온에서 굳거나 뿌옇게 변할 수 있다. 사용 전 실온에 두면 다시 맑아진다. 보관 장소는 빛과 열을 피해 비교적 온도가 일정한 곳이 적합하다.

 

■ 커피 원두·분쇄 커피

커피는 습기와 냄새를 쉽게 흡수하는 성질이 있다. 냉장고 문을 여닫는 과정에서 생기는 결로로 향과 풍미가 빠르게 떨어질 수 있다. 냄새가 적고 온도 변화가 크지 않은 곳에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

 

■ 마늘·양파

통마늘과 통양파는 냉장 보관 시 습기로 인해 곰팡이가 생기기 쉽다. 껍질째 통풍이 되는 곳에 두고, 잘라낸 경우에만 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한다.

 

■ 바질·허브류

바질과 같은 신선 허브는 저온에 민감해 냉장 보관 시 잎이 검게 변하고 향이 약해질 수 있다. 해외 농업 교육 자료에서는 바질을 줄기째 물에 꽂아 보관하면 수분 손실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안내한다. 파슬리나 고수처럼 비교적 저온에 강한 허브만 단기간 냉장 보관이 적합하다.

 

■ 초콜릿

초콜릿은 냉장 보관 시 블룸 현상으로 식감이 달라질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초콜릿은 냉장고에서 꺼냈다 다시 넣는 과정에서 결로가 생기면 표면에 하얀 막이 끼는 ‘블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안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식감이 달라지고 겉면이 희뿌옇게 변할 수 있다. 직사광선을 피해 서늘한 실온에서 포장해 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식재료에 따라 적합한 보관 환경은 서로 다르다. 냉장 보관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으나, 일부 식재료는 오히려 맛과 식감이 떨어질 수 있다. 보관 전 식재료의 특성과 상태를 한 번 더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품질 저하를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