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에서 반대로” 대전·충남의회 통합법안 재의결…‘단체장 방패막이’ 전락 비판

대전시의회와 충남도의회가 19일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한 의견 청취 안건을 7개월 만에 다시 상정해 반대 의견으로 가결했다. 지난해 7월 통합 청취 안건을 찬성으로 가결한 양 의회는 정부·여당 주도의 통합법안에 반발하고 있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의 입장에 맞춰 기존 결정을 번복하면서 ‘단체장의 정치적 방패막이’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전시의회는 이날 원포인트 임시회를 열고 대전시장이 제출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의결한 특별법안에 따른 대전시와 충남도 행정구역 통합에 관한 의견청취의 건’을 반대 의견으로 가결했다. 대전시는 동일 안건의 재상정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안건 명칭을 변경해 제출했다. 대전시의회는 전체 의원 21명 중 국민의힘 소속이 16명으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 2명은 임시회에 반대하며 불참했다.  

 

대전시의회 임시회 본회의. 연합뉴스

충남도의회도 이날 임시회 본회의를 열고 같은 내용의 안건을 재석 의원 41명 중 찬성 28명으로 가결했다.

 

지방자치법 5조를 보면 지방자치단체를 폐지·설치, 나누거나 합칠 때는 관계 지방의회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충남도의회는 ‘충남·대전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안의 지방재정권 등 통합특별시 권한 강화 촉구 결의안’도 채택했다. 

 

국민의힘 소속 도의원 21명은 결의안에서 “정부는 중앙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파격적인 권한 이양을 결단해야 한다”며 “국회는 법안 심의 과정에서 안정적인 재원 확보를 위한 지방재정권 이양을 명문화하고, 조직·인사·규제 혁신 등 통합특별시의 실질적인 자치권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법안을 전면 보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양 의회의 의견서와 결의안은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 등 12개 기관에 발송된다. 대전시도 의회 의견 청취 결과를 행정안전부 장관 등에 전달할 예정이다. 

 

앞서 양 의회는 지난해 7월 대전시장과 충남지사가 제출한 ‘대전시와 충남도 행정구역 통합에 관한 의견 청취의 건’을 상정해 원안 의결했다. 이후 같은 해 10월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수도 조성을 위한 특별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해당 법안은 민주당의 신중론 속에 법안심사소위원회에 두 달 넘게 계류됐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5일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충남 통합에 강한 의지를 밝히면서 여당 주도로 행정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민주당 주도 법안을 토대로 한 통합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으나 이장우 시장과 김태흠 지사는 국민의힘 안에 비해 권한과 재정 지원이 대폭 축소됐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두 단체장은 ‘누더기 법안’, ‘껍데기 법안’이라며 의회 의견 재청취와 주민투표 추진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이 19일 대전시청 기자실에서 대전시의회 의견청취안 가결에 대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이장우 시장은 시의회 의결 직후 기자실을 찾아 “지난 의회 의결은 국민의힘 법안에 대한 의견 청취였으며 그 수준의 통합 법안이라면 찬성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며 “행안위를 통과한 민주당 발의 법안은 내용이 크게 달라 새로운 의견 청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 본회의에서 행정통합 법안을 일방적으로 상정하는 데 항의하기 위해 24일 시민사회와 함께 국회를 방문할 계획”이라며 “국가 백년대계를 그렇게 처리할 사안인지 묻고 싶다. 최종 판단은 국민의 몫”이라고 말했다. 대전시는 시민 6000여 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주도 법안에 대한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를 검토 중이다. 

 

다만 양 의회가 통합 반대 의견을 행정안전부에 제출하더라도 법적 효력은 없어 절차적 의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를 별도로 반영하지 않거나 주민투표 요청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통합 법안이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사실상 통합 절차는 마무리 수순에 들어간다. 법안에 명시된 대로 7월 1일 충남·대전통합특별시는 출범하게 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역 국회의원들은 연일 기자회견을 열어 양 시도지사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대전 유성갑)은 이날 대전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전남, 대구·경북 통합 법안이 통과되면 대전·충남도 함께 가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대전·충남 패싱’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이미 한 차례 가결된 의견 청취 안건을 재의결한 전례가 없어 효력에 의문이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대전시당과 충남대전통합및충청발전특별위원회도 잇따라 성명을 내고 “대전시의회가 시민을 우롱하는 정치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전시당은 “불과 7개월 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던 행정통합 안건을 스스로 뒤집은 것은 지방자치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의회 스스로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규탄했다. 애초 행정통합을 주도했던 이 시장과 김 지사가 ‘통합 반대’ 불쏘시개 역할로 전환하면서 대전·충남 통합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