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 장애(1형 당뇨병)는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소실되어, 평생 인슐린을 외부에서 주사 형태로 투여하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장애다. 하루 24시간 혈당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저혈당이나 고혈당으로 즉각적인 생명 위협, 장기적으로는 심각한 합병증 위험을 안고 살아간다. 이처럼 관리 난도가 매우 높지만, 적절한 의료 지원과 지속적인 관리 환경이 뒷받침되는 경우 충분히 건강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췌장 장애인과 그 가족이 마주해 온 현실은 이러한 가능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심각한 신체적 제한을 겪고 있음에도 법적 장애인으로조차 인정받지 못했던 제도적 소외감이 컸다. 그 시간은 질병과의 싸움인 동시에 사회적 무관심과의 투쟁이었다.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
그렇기에 올해부터 췌장 장애가 공식적인 장애 유형으로 인정된다는 소식은 1형 당뇨병 환자에게는 단순한 행정적 변화 그 이상이었다. 그것은 “당신들의 고통을 우리 사회가 알고 있다”는 국가의 위로이자, 단비 같은 도움의 손길이었다. 이제라도 제도권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환자단체의 대표로서 깊은 안도와 감사를 느낀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1차 장애인 건강보건관리 종합계획’은 시의적절하며 그 의미가 크다.
그동안 장애인 정책이 주로 ‘소득보장’이나 ‘활동 보조’ 등 복지 중심이었다면, 이번 종합계획은 장애인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전략적, 체계적인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췌장 장애 인정이 환우들에게 ‘신분증’을 쥐여준 것이라면, 이번 종합계획은 그 신분증을 가지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도’를 제공한 셈이다.
종합계획의 내용을 살펴보면, “장애인 누구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실현한다”는 목표 아래 장애인의 건강 상태를 ‘아플 때’, ‘회복할 때’, ‘건강할 때’로 구분해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고, 데이터 구축과 연구개발을 통해 체계적인 건강관리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 담겨 있다. 질병 치료를 넘어 2차 장애 예방과 일상 관리로 나아가는 이번 종합계획의 방향은, 여러 난관 속에서도 일상을 지켜내는 췌장 질환 환우들에게 꼭 필요한 지향점을 담고 있다.
특히 췌장 질환은 혈당 변동성, 소화기계 이상, 각종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어 일상에서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관리가 필수적이다. 전문적 의료관리 외에도 환자 스스로 질환을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한 이유이다. 이러한 점에서 장애인 당사자에 대한 건강관리 교육 등이 췌장 장애인에게도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더불어, 이번 계획은 ‘소수 장애인 건강현황 및 지원방안에 대한 연구’ 추진 계획을 명시하고 있다. 췌장 장애와 같은 ‘소수 장애’ 및 ‘내부 장애’는 정책 우선순위에서 고려가 부족할 수 있는데,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소수 장애인을 위한 특화된 정책이 보강될 필요가 있다.
이번 건강보건관리 종합계획의 수립은 분명 의미가 있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더 중요한 것은 정책발표가 아니라 정책집행이 국민에게 전달되어 변화로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이번 발표가 췌장 장애인을 비롯한 장애인들에게 건강한 삶을 선물하는 마중물이 되기를, 그리고 장애인 건강권 실현을 향한 위대한 여정의 시작이 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