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맹신’이 부른 참변…ACC 사고로 5년간 20명 사망

고속도로서 정지차량 인식 못 해
일반 사고보다 치사율 높아
‘ACC는 보조기능’ 홍보물 걸리기도
“크루즈 기능을 켜고 운전하다 앞 차와 충돌할 뻔 했어요.”

 

지난 설 연휴 때 고속도로를 이용해 시골집에 가던 김모(54)씨는 하마터면 큰 사고를 낼 뻔했다. 지금도 당시를 생각하면 식은땀이 난다고 했다. 김씨는 톨게이트를 출발하자 마자 어댑티드 크루즈 컨트롤(ACC) 기능을 켜 놓고 운전을 시작했다. 장거리 운전이 부담되는데다 운전 피로를 줄이기위해 고속도로에 들어서면 'ACC' 기능을 자주 사용한다고 전했다.

 

한 참을 가던 중 고속도로 중간에 승용차 한 대가 서 있는데도 속도가 줄지 않았다. 앞 차와 간격이 점점 줄어드는 데도 감속 없자 김씨는 위험을 느껴 곧바로 핸들을 돌려 앞차를 비켜 갔다.  앞차는 고장이 난 상태로 주행차선에 서 있었다.

 

고속도로 전광판에 표출되는 크루즈 기능 주의 문구(위쪽)와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된 크루즈 기능 주의 홍보물

김씨는 아마 사고가 났다면 설 명절을 병원에서 보내야 했을 것이다고 20일 밝혔다. 

 

ACC관련 사고는 차량 기능이 좋아지면서 점점 증가 추세다.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실이 최근 한국도로공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1∼2025년) 고속도로에서 ACC를 작동한 상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30건이 발생해 20명이 사망하고 20명이 다쳤다. 사망자는 2021년 1명, 2022년 4명, 2023년 2명, 2024년 11명, 2025년 2명 등이다.

 

특히 ACC 사고가 고장 등으로 인해 정차해 있는 차량을 식별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2차 사고’로 연결되고 있다. 2차 사고는 일반 교통사고보다 치사율이 높아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지난달 4일 서해안고속도로 전북 고창 분기점 인근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한 대가 교통사고를 수습하던 현장을 덮쳐 전북경찰청 소속 이승철 경정(55)과 30대 견인차 기사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SUV 운전자는 주행 보조 장치의 일종인 ACC를 켜 둔 채 운전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2년간 발생한 고속도로 2차 사고 사망자 가운데 8명(14%)이 ACC 기능을 켜고 주행하던 차량의 부주의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선행 사고로 멈춰 선 차량이나 사람을 뒤따르던 차량이 덮쳐 발생하는 2차 사고가 늘어나는 건 주행 보조 기술을 너무 믿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도로공사 등은 ACC 관련 사고가 늘자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고속도로 전광판이나 휴게소 등에 ACC는 운전 보조 기능에 불과하다며 맹신과 의존을 경계하고 있다. 전광판에는 ‘크루즈 기능 맹신 금물, 정지차량 감지 안 됨’ 등의 문구를 내걸고 운전자의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또 주행 중 차량 고장 등이 발생할 경우 2차 사고 예방을 위해 가드레일 밖으로 대피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도로공사 한 관계자는 “크루즈 기능은 사고나 고장 차량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너무 믿지 말고 전방을 주시하며 안전운전을 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