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에 매물이 1건뿐” 서울 대단지도 ‘전세 실종’… 세입자 발동동

서울 전세 매물 1년 전 2만8942개에서 1만9242개로 9700개 증발
19일 서울 서대문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전세 물건 구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에 ‘매물 가뭄’이 심화하고 있다. 봄 이사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전세를 구하려는 수요는 여전하지만, 시장에 나오는 물량은 하루가 다르게 줄어드는 양상이다. 

 

◆ 1년 새 전세 매물 9700개 증발… “돈 있어도 집이 없다”

 

21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년 전보다 33.5% 급감했다. 지난해 2만8942건에 달했던 매물은 현재 1만9242건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전월세를 합친 전체 임대차 매물 3만7010개 중 전세의 감소 폭이 전년 대비 훨씬 가파르다는 점이 특징이다.

 

현장의 체감 온도는 통계보다 더 차갑다. 서울 강서구 마곡 엠밸리 1~17단지는 총 1만1821가구에 달하는 초대형 단지군이지만, 단지별 전세 매물은 고작 1~5건에 불과하다. 

 

◆ 겹겹이 쌓인 규제와 갱신권… 매물 잠김의 부메랑

 

전세 물량이 급감한 배경에는 정부의 규제 환경 변화와 시장의 경직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 ‘갭투자’를 통한 전세 공급 통로가 사실상 막혔다. 수도권 및 규제지역에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금지되고, 주택담보대출 시 6개월 내 전입 및 2년 실거주 의무가 부과되면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사서 시장에 내놓는 물량이 사라진 탓이다.

 

세입자들의 ‘버티기’ 전략도 매물 부족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대출 규제와 전셋값 상승 부담이 커지자, 이사를 포기하고 기존 계약을 연장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올해 체결된 임대차 계약 2만7300건 가운데 1만3797건이 갱신 계약으로 집계됐다. 나가는 사람이 없으니 새로 들어갈 자리도 생기지 않는 구조적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 외곽 지역부터 입주 절벽까지… 당분간 ‘상승 압박’ 불가피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세가 많았던 서울 외곽 지역의 매물 감소세는 더욱 뚜렷하다. 도봉구의 경우 한 달 전 301건에서 197건으로 매물이 34.6% 사라졌고, 중랑구와 관악구 역시 매물 씨가 마르고 있다. 서민 주거 사다리의 끝단부터 전세난이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문제는 공급 여건도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2만5967가구로, 지난해보다 약 1만 가구 줄어들 전망이다. 공급은 줄어드는데 실거주 의무와 대출 규제라는 자물쇠는 여전히 견고하다. 전문가들은 입주 물량 감소와 규제 강화가 맞물리면서 서울 전역의 전셋값 상승 압박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