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를 위법으로 판단하면서, 그간 미국이 거둬들인 관세를 돌려받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다만 대법원은 이미 징수된 관세를 반드시 환급해야 하는지와 절차·범위를 판결문에서 명확히 적시하지 않아 환급 문제는 하급심과 행정 절차로 넘어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상호관세 환급 여부는 미 국제무역법원(USCIT)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이미 지난해 코스트코, 리복, 푸마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USCIT에 환급 소송을 제기했고, 한국타이어·대한전선 미국법인을 비롯해 일본·중국 기업 자회사 등도 소송에 가세했다. 국제무역법원은 대법 판결 전까지 신규 환급 소송을 일시 정지한 바 있어, 판결 이후 절차가 재개되면 추가 제소도 급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관세로 인해 징수된 금액은 1750억달러(약 250조원)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관세에 대한 위법 판단이 곧바로 환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로 지목된다. 소수의견을 낸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정부가 관세를 반환해야 하는지, 반환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고 지적하며 절차 혼선을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판결문이 환급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고 비판하면서 향후 수년간 법적 다툼이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정치권에서는 환급 요구가 공세 소재로 부상했다. 민주당의 잠재적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판결 직후 “불법적으로 가져간 달러는 즉시 이자와 함께 환급돼야 한다”고 촉구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정면 겨냥했다. 민주당 소속 J 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도 백악관에 서한을 보내 관세로 인한 주민 피해를 거론하며 환급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실제 환급이 이뤄지더라도 누가 돌려받는지가 또 다른 쟁점이 될 전망이다. 관세 환급은 원칙적으로 최초 납부자인 미국 내 수입업체에 돌아가지만, 중개인·도매상·특송업체 등이 고객을 대신해 관세를 납부한 경우 통관 서류상 수입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환급권 귀속을 둘러싼 분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악시오스는 TD증권 보고서를 인용해 위법 관세에 대한 환급까지는 최소 12~18개월 이상이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