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달 31일 중국을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20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이 나오면서 '휴전' 중인 미중 무역전쟁이 중대 기로에 놓였다.
이번 판결로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중국 등 주요국 압박에 활용해온 핵심 무기였던 관세정책이 무효화되면서 한 달여 뒤에 있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 무효화를 만회하기 위해 다른 무역규제 수단을 동원할 경우 중국이 이를 도발로 받아들이면서 휴전 국면이 흔들리고 긴장이 다시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 대중 관세율 낮아지지만 "제한적"
다만 이번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이 IEEPA를 근거로 부과한 관세에 국한된 것이어서 무역법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 등에 따라 부과된 다른 대중 관세는 그대로 유지된다.
전기차(관세율 100%), 태양전지, 철강, 알루미늄(이상 50%), 리튬이온 배터리(25%) 등에 대한 품목 관련 관세율은 이번 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판결 직후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글로벌 10% 신규 관세' 조치에 서명하고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관세 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히는 등 관세정책을 복원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한 상태다. 그에 따라 장기적으로 대중 관세율 하락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틴 초르젬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은 "다른 다수 국가와 달리 미국의 대중 관세 대부분은 더 잘 확립돼있고 법적으로 견고한 메커니즘에 근거하고 있어 다른 국가보다 이번 판결의 영향을 덜 받는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 트럼프 대중 협상력 약화하나…정상회담 불확실성 커져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방중 때 관세라는 최대 협상 카드 사용에 제약이 생기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이번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휴전 연장'을 논의하면서 대두 등 미국산 농산물 추가 구매, 보잉 항공기와 에너지 수출 확대 등을 중국에 요구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를 관철할 핵심 수단을 잃으면서 협상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피터 해럴 전 백악관 국제경제 담당 선임 국장은 이번 판결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정학적 목적을 위해 관세라는 '매직펜'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전문가 스콧 케네디도 중국의 '희토류 차단 위협' 효과 등을 고려하면 트럼프는 이미 무역전쟁에서 "수세에 몰려 있었다"며 "(이번 판결은) 중국의 시각에서 볼 때 그의 약점을 굳히는 것"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미국의 관세 압박이 덜어지면서 중국이 기존에 미국과 합의한 사항을 지킬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다린 페슬러 레이크프런트 퓨처스 수석 자문가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산 대두는 여전히 브라질보다 비싸다. 강제된 것이 아니라면 중국이 왜 미국산을 사겠는가"라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트럼프의 대중 협상력이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의 대중 협상력이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지낸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이번 판결로 트럼프의 공세적 무역의제 추진 능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면서 "4월이 되면 그는 여전히 상당한 권한을 가지고 있고, 상대국들을 타격할 수 있으며, 반중(反中) 조항을 포함한 합의들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이 분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브렌던 켈리 ASPI 연구원도 미 무역대표부(USTR)의 대중국 301조 조사가 "관세 인상이나 조정에 상당한 재량을 USTR에 부여한다"며 여전히 강력한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 301조 등에 기반해 다른 관세를 도입하려 할 경우 중국이 이를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받아들여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워싱턴의 컨설팅사 아시아그룹의 브렛 페털리는 이번 판결로 "(미국의) 관세 레버리지가 약화했고, 미국이 상호관세를 대체하기 위해 취하는 어떠한 조치도 중국 측에서 긴장 고조로 간주할 위험이 커졌다"며 이에 따라 미중 협상이 복잡해질 것이라고 SCMP에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로 무역공세가 위축된 트럼프 행정부가 대만문제 등 더 민감한 지정학적 이슈를 들고나올 가능성도 제기됐다. 지난해 부산 미중 정상회담 때는 대만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다.
중국은 아직 공식적인 대응을 내놓기보다는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보는 모습이다.
주워싱턴 중국 대사관은 이번 판결과 관련해 "미중 경제관계는 본질적으로 호혜적"이라며 "중미 간 경제무역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고 분명하다. 관세와 무역전쟁은 어느 쪽에도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SNS) 계정 뉴탄친은 "트럼프가 재집권 이후 가장 중대한 좌절을 맞았다"며 "(이번 판결의) 중요한 점은 트럼프의 관세가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선을 넘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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