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사(salsa) 음악의 대가로 트롬본 연주자, 작곡가, 프로듀서, 가수 등 다방면에서 활동한 미국 음악인 윌리 콜론이 7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살사는 재즈, 록, 소울 요소를 모두 지닌 쿠바 리듬의 라틴 아메리카 음악이다. 살사 음악에 맞춰 추는 살사 댄스는 미국령 푸에르토리코가 기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1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콜론은 이날 고향인 뉴욕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구체적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언론은 그가 호흡기 질환을 앓았었다고 보도했다. 유족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고인이 사랑하는 가족에 의해 둘러싸인 채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콜론은 6·25 전쟁 발발 직전인 1950년 4월 뉴욕 브롱크스에서 태어났다. 부모는 둘 다 푸에르토리코에서 태어나 미국 본토로 이주한 이들이었다. 오랫동안 스페인 식민지였던 푸에르토리코는 1898년 미국·스페인 전쟁의 결과 미국 영토가 되었으나, 지금도 스페인어가 널리 쓰인다. 콜론도 어린 시절 할머니에게 스페인어를 배웠으며, 60년 넘게 음악인으로 활동하는 내내 스페인어로 곡을 쓰고 노래를 불렀다.
일찌감치 트럼펫을 배워 12세 소년 때부터 트럼펫 연주자로 공연 무대에 섰던 콜론은 우연히 들은 트롬본 소리에 매료돼 트롬본으로 전향했다. 생김새가 비슷한 트럼펫과 트롬본은 둘 다 서양 클래식 음악을 대표하는 금관악기로, 오케스트라에서 빠지지 않는 핵심 구성원이다. 다만 트럼펫이 높은 음역에서 밝고 경쾌한 소리를 낸다면, 트롬본은 중저음과 부드럽고 웅장한 소리를 들려준다는 차이점이 있다.
콜론은 살사 음악을 주로 연주하는 듀오를 결성하고 16세이던 1967년 첫 음반을 발표했다. 이는 미국 내 푸에르토리코계 주민과 중남미 출신 이민자들 사이에 큰 호응을 얻었다. ‘엘 말로’(El Malo), ‘오 케세라’(Oh Que Sera), ‘탈렌토 데 텔레비지온’(Talento de Television), ‘히타나’(Gitana) 등이 콜론이 작곡한 대표적 노래로 꼽힌다. 콜론이 60년 넘게 음악계에서 활동하며 발매한 음반 40여개가 올린 판매고만 3000만장에 이른다. 그중 15개가 골드 레코드(50만장 이상 판매), 5개는 플래티넘 레코드(100만장 이상 판매)의 기록을 세웠다.
다만 콜론은 그래미상 후보에 10번 올랐으나 수상의 영예는 끝내 안지 못했다. 영어가 아닌 스페인어로 활동한 점이 한계로 작용한 것 아닌지 추측해볼 따름이다. 대신 그는 빌보드 잡지에서 ‘역대 가장 영향력 있는 라틴계 아티스트’로 선정됐다. 54세이던 2004년에는 평생 공로상에 해당하는 ‘라틴 그래미 뮤지컬 우수상’을 받았다.
콜론은 미국 내 라틴계 주민들의 권익 옹호를 위한 사회운동가로서도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그는 미 연방의회의 히스패닉 코커스 연구소 이사로 활동했으며, 60대 나이에 접어든 2014년에는 몸소 뉴욕 경찰학교를 졸업하고 공공 안전을 위한 보안관으로 활동했다. 뉴욕은 푸에르토리코계를 비롯해 중남미 배경 주민이 가장 많이 사는 도시로 꼽힌다. 오늘날 콜론은 “노래를 활용해 푸에르토리코 사람으로서 미국에서 살아가는 문제를 묘사한 인물” “푸에르토리코 사람들이 미국에 제공한 문화적 기여를 상징하는 예술가” 등 평가를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