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위기 속에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논의가 한창이다. 환자 피해를 신속히 구제하고 의료인의 안정적 진료 환경을 보장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 보인다.
개정안은 중대한 의료사고 발생 시 7일 내 환자 측에 설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료사고의 원인은 복합적이어서 단기간에 규명되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 일본의 의료사고 조사제도에서도 유족에 대한 최초 설명은 이 제도가 존재한다는 점과 향후 조사·연락 방식 등 절차적 내용이 주를 이룬다. 보통 조사도 수개월을 예정하고 있다.
중과실의 범위 설정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개정안에는 설명의무 위반이나 진단 등 지연, 감독 소홀 등을 중과실로 인정하는 규정이 있다. 팀 단위로 이뤄지는 현대 의료에서 위임은 일상적이고 대부분의 행위가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위 규정의 위반 자체를 중과실로 본다면 사실상 의료행위 대부분의 과실이 포섭될 위험이 있다.
책임보험 의무가입에 따른 보험료는 본인부담금과 별도로 수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를 위해 부가가치세 방식과 유사하게 총 진료비의 일정 비율로 보험료를 산정하는 것이 현실적일 수 있다.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무과실 보상제도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으나, 무과실 보상이 모두 무과실 사안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망이 의료기관에서 발생한다는 현실로 보면 무과실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보상했다가는 사실상 모든 사망이 대상이 되는 불합리한 결과에 이를 수 있다. 외국에선 ‘최고의 전문가가 최선의 방법으로 치료했다면 이 결과를 막을 수 있었는가’라는 회피 가능성과 자연적 질병의 경과 여부 등을 기준으로 보상한다. 북유럽의 인용률은 30~40%, 모든 인신 관련 사고를 보상하는 뉴질랜드 사고보상공사(ACC)도 60%대에 그친다.
형사처벌 특례에 관해서도 논란이 있다, 사망 사고에서 중과실이 없고 손해배상을 마치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에 대해 재판 진술권 침해나 다른 직역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 이는 결국 선택의 문제다. 고소나 소송이 제기되면 수사나 재판을 거쳐야 하는 지금의 구조에서는 의사들이 그 가능성을 고려해 필수의료가 아닌 전문 과목을 택하는 현상을 막기 어렵다. 특례가 부적절하다고 본다면, 다른 제도적 변화 없이는 필수의료 기피 경향이 지속될 수도 있다는 점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환자 측이 형사고소를 진실 발견의 수단 등으로 활용하는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형사 절차는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이지, 모든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것이 본래 목적이 아니다. 진료기록이나 폐쇄회로(CC)TV 등 모든 자료를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하는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 도입이나 조정절차 내 강제적 증거조사 등 별도 방안이 필요하다. 법원이 소 제기 전 증거보전 신청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 게 현실이므로 사전 조정절차에서 증거를 쉽게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김경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kyungsoo.kim@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