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그린란드 주민들 병들어… 해군 병원선 보낼 것”

그린란드 “우린 무상 의료 서비스… 뭔 소리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느닷없이 전시에나 쓰이는 대형 병원선을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보내겠다고 밝혔다. 아프거나 다친 그린란드 주민 치료를 미국 행정부가 돕기 위해서라는데, 정작 주민들에게 무상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린란드 자치정부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미 해군 소속의 대형 병원선을 보내겠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사진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3월 당시 대통령이던 트럼프가 코로나19 확진자 격리 치료를 위해 뉴욕으로의 출항을 앞둔 병원선 ‘컴포트’ 앞에서 연설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22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서 “나와 제프 랜드리 그린란드 특사는 곧 의료용품으로 가득 찬 선박을 그린란드로 보낼 예정”이라며 “섬 주민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아픈데도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인 랜드리는 현직 루이지애나 주지사로, 지난 2025년 12월 트럼프에 의해 그린란드 특사로 위촉됐다.

 

트럼프는 글과 함께 미 해군이 보유한 대형 병원선 ‘머시’(Mercy) 이미지도 게시했다. 미 해군은 머시와 ‘컴포트’(Comfort) 두 척의 병원선을 보유하고 있다. 길이가 272m, 배수량 6만9360t의 어마어마한 위용을 자랑한다. 저마다 병상 1000개, 수술실 12개를 갖추고 의료진도 1200명씩 탑승이 가능해 ‘바다 위 종합병원’으로 불린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사태 당시 머시는 서부 로스앤젤레스(LA), 컴포트는 동부 뉴욕에 각각 입항해 코로나19 확진자들의 격리 치료 임무를 수행한 바 있다.

 

그린란드 자치정부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다. 인구가 약 5만7000명에 불과한 그린란드는 덴마크의 재정 지원 아래 완벽에 가까운 복지 제도를 운용하는 중이다. 옌스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자치정부 총리는 트럼프의 SNS에 대해 “우리에겐 별로 고맙지 않은 일”이라고 응수했다. 이어 “그린란드는 시민들에게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공공 의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미국은 의사에게 가려면 돈이 들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1기 집권기(2017∼2021)부터 그린란드에 눈독을 들인 트럼프는 2025년 1월 대통령으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뒤 “그린란드는 미국 소유가 돼야 한다”며 더욱 노골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덴마크 등 유럽 국가들이 반발하자 ‘무력 사용’ 카드는 일단 접었으나, 그린란드를 차지하기 위해 트럼프가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