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의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 본부 회의실, 장원삼 코이카 이사장과 황종성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원장이 나란히 펜을 들었다. 2009년 IT 봉사단 파견으로 시작된 두 기관의 '디지털 혈맹'이 15년 만에 인공지능(AI)이라는 새로운 시대적 조류를 맞아 전면 개편되는 순간이었다. 단순한 기술 지원을 넘어 개도국의 AI 주권을 세우고 한국형 디지털 규범을 세계로 확산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23일 코이카에 따르면 이번 협약의 핵심은 '범위의 확장'이다. 기존의 IT 인프라 구축이나 봉사단 파견 중심의 협력을 넘어, AI 윤리 적용과 정책 자문 등 소프트파워 영역까지 깊숙이 파고든다. 특히 급변하는 글로벌 기술 환경 속에서 소외되기 쉬운 개발도상국들이 스스로 AI 정책과 제도를 수립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컨설팅을 제공하는 데 양 기관이 역량을 모으기로 했다.
코이카는 이번 협약을 통해 지난해 수립한 ‘모두의 AI 추진 전략’ 이행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NIA가 보유한 세계적 수준의 디지털 정책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ODA 사업에 이식하는 방식이다. 이는 단순히 기기를 보급하는 수준을 넘어, 개도국 현지에 맞는 AI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기술 오남용을 막는 윤리적 가이드라인까지 전수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글로벌 AI 기본사회’ 비전도 이번 협력으로 더욱 구체화될 전망이다. 한국의 AI 모델과 정책 경험이 ODA를 통해 개도국에 뿌리 내리면, 자연스럽게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 기반이 닦이고 국제 표준 주도권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기술 원조가 곧 국가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다.
장원삼 코이카 이사장은 “양 기관의 파트너십은 지구촌 모두가 AI 혜택을 누리는 국가적 비전 실현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며 “국제개발협력의 지속가능한 성과를 위해 NIA와의 전략적 협업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