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민 10명 중 7명이 행정통합 추진 과정에서 주민투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23일 대전시에 따르면 지난 20∼22일 지역 거주 성인 2153명을 대상으로 대전·충남 행정통합과 관련해 온라인·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1.6%가 주민투표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행정통합 추진에 대해서는 반대가 41.5%로 찬성(33.7%)보다 높았다.
지역별로는 반대는 유성구(46.6%)와 서구(43.6%)에서 높았고, 찬성은 동구(39.6%)와 중구(35.2%)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30대(53.4%)와 18~29세(51.1%)에서 반대 비율이 높았으며 60대(45.9%)와 50대(43.6%)에서는 찬성 응답이 우세했다.
반대 이유로는 ‘지역 간 갈등 심화’(29.4%)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주민 의견 수렴 절차 부족’(26.7%), ‘대전 정체성 훼손’(15.7%) 순이었다. 반면 찬성 응답자들은 ‘행정 효율성 제고’(46.4%), ‘수도권 일극 체제 완화’(25.3%), ‘주민 편의 증진’(15.7%) 등을 이유로 답했다. 통합 시기에 대해서는 ‘5년 이상 충분한 검토 후 추진’이 38.4%로 가장 많았고, ‘2년 후 출범’(26.5%), ‘올해 7월 출범’(25.7%)이 뒤를 이었다.
속도전보다는 일정한 준비 기간을 두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행정통합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무리하게 추진되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시민 다수가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만큼 추진 과정에서 주민투표를 시행해 민의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행정통합의 졸속 추진에 항의하기 위해 24일 시민단체와 함께 국회를 방문할 계획이다.
같은 날 국민의힘 측에서 민주당 통합법안 규탄대회를 여는 것과 관련 대전시가 관변단체를 동원했다는 의혹에 대해 이 시장은 “시는 항의 집회 참석을 독려한 사실이 없다.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이 시장은 “충남·대전이 먼저 추진하다가 이제 와서 반대하느냐는 지적이 있지만 통합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발의한 대전·충남 특별법 수준의 재정 분권과 권한 이양이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번 조사는 대전시가 시민 여론조사 연구용역비 2200만원을 들여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진행됐다.
앞서 지난 11일 대전시는 시의회 임시회에서 채택된 ‘대전·충남 행정통합 주민투표 시행 촉구 결의안’과 타운홀미팅 등에서 수렴한 시민 의견을 바탕으로 정부에 주민투표 실시를 건의했으나 이날까지 행정안전부의 회신은 없는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4일 본회의에서 전남·광주, 대구·경북 통합법과 함께 충남·대전 행정통합 특별법을 최우선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대전·충남 특별법에 대해서는 국민의힘이 합의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어, 전남·광주 및 대구·경북 특별법만 우선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충남·대전통합 및 충청지역발전특별위원회는 법사위 심사에 앞서 국회 본관 앞에서 조속한 특별법 처리를 촉구하는 한편 연일 민주당 법안에 반발하는 국민의힘을 규탄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충남·대전 통합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안하고 행정절차까지 밟아온 사안”이라며 “이제 와서 반대하는 것은 대전 시민과 충남도민을 우롱하는 처사이자 청개구리 심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처음 약속한대로 시민과 도민의 명을 받들어 특별법 통과에 앞장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