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구 속 시신으로 발견된 신원 미상의 여성을 수사하는 형사가 죽은 여자의 초상을 더듬듯 그려 나간다.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은 또렷한 얼굴이 아니라 수수께끼 같은 정체다. 목가희, 두아, 김은재, 사라 킴. 위조된 신분을 옷처럼 갈아입으며 은밀하게 삶을 설계하는 여자의 그림자. 넷플릭스 시리즈 ‘레이디 두아’에서 신혜선(사진)은 이 다층적 페르소나를 흔들림 없이 구현했다.
2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신혜선은 “‘이 작품을 왜 한다고 했을까’ 스스로 되묻기도 할 만큼 연기가 어려웠다”면서도 시청자 반응에 대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가짜 신분을 발판 삼아 인생을 명품으로 바꾸려는 사라 킴(신혜선)과 그를 추적하는 형사 박무경(이준혁)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지난 13일 공개 직후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권 시리즈 3위에 올랐다.
사라 킴은 유럽 명품 브랜드 ‘부두아’의 아시아 지사장으로, 모든 사건의 중심에 선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그는 한때 사채에 시달리던 백화점 명품관 직원 ‘목가희’였고, 술집 종업원 ‘두아’였으며, 사채업자의 아내 ‘김은재’로 이름을 바꿔 위장된 삶을 살아 왔다. 온라인에서는 그의 복잡한 인생 타임라인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오갔다.
연기력으로 정평이 난 배우인 그에게도 ‘레이디 두아’는 큰 도전이었다. 그는 평소 카메라 앞에서 선보일 표정과 동선을 치밀하게 계획하는 타입의 배우이지만, 이번 작품에선 방식을 바꿔야 했다.
“사라 킴은 모순이 많은 인물이에요. 행동과 감정이 명확하게 딱 떨어지지 않죠. 연습으로 정제해 연기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제가 어떻게 연기할지 모르는 상태로 현장에 들어갔습니다.”
치밀하게 계산된 연기를 내려놓고 인물의 공허와 흔들림에 자신을 맡겼다. 그렇게 완성된 사라 킴은 욕망과 결핍이 교차하는 얼굴로 남았다.
‘믿고 보는’ 신혜선의 차기작은 오피스 로맨스 드라마 ‘은밀한 감사’(tvN)와 로맨틱 코미디 웹툰 원작 드라마 ‘24분의 1’(넷플릭스)이다. “‘레이디 두아’에서 꽤 딥한 캐릭터를 연기했으니, 다음에는 밝은 캐릭터를 만나보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