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서기 재추대 김정은 “核무력 제고”… 더 험난해진 비핵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총비서로 재추대된 조선노동당 9차 당 대회에서 핵 무력 불포기가 다시 선언됐다. 북한은 5년마다 개최되는 이번 당 대회에서 김 위원장의 지난 5년 업적에 대해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전쟁억제력의 제고’를 거론하며 향후 핵 무력을 절대 포기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총비서 선거 제의자(리일환 당 비서)의 낭독 내용이나 김 위원장 본인 생각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북한 비핵화의 길이 더욱 험난해졌음을 보여주는 착잡한 상황이다. 2019년 북·미 하노이 회담 결렬 후 김 위원장은 2022년 최고인민회의(국회 격)에서 비핵화 불가선언, 2023년 핵보유국 조항의 헌법 삽입을 통해 핵무력 보유가 불가역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라 부르며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 한다. 이재명정부의 동결→축소→폐기라는 북한 비핵화 정책은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할 수 있다. 정부는 국가 생존의 사활이 걸린 만큼 북한 비핵화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목표라는 입장을 미국 등 국제사회에 적극 전달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대북 관계 개선 의지를 수차례 밝혔다. 무인기 비행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9·19 남북 군사합의 복원 의사 등을 전달했으나 김 위원장은 ‘적대적 두 국가론’을 앞세워 마이동풍이다. 이번 당 대회에서는 방남(訪南) 경험이 있거나 대남통인 최룡해(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철(당 고문), 리선권(전 당 통일전선부장) 등이 당 중앙위원·후보위원에서 배제된 것도 남북관계엔 악재가 될 수 있다. 북한이 공개하지 않는 개정 당 규약에서 민족, 통일 내용이 삭제됐다면 정부의 남북 대화 노력은 새 장애물에 충돌할 수 있다.

‘좋은 전쟁’ 없듯이 ‘나쁜 평화’도 없다. 여건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으나 북한 비핵화 입장을 견지하면서 평화·공존의 계기를 만들 수 있도록 포기하지 말고 끈기 있게 노력해야 한다. 먼저 쉬운 것부터 하고 어려운 것은 나중에 한다는 선이후난(先易後難)의 지혜가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통일을 지향하면서도 민생·경제 등 당장 남북이 공생·공영할 수 있는 사업의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