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거세지는 美통상 압박… 김정관 “우호적 협의 지속할 것”

당국 민관합동 대책회의 개최

美, 주요국 무역법 301조 조사
불공정 무역관행 관세부과 방침
관세율에 상한 없는 ‘슈퍼 조항’

일각 쿠팡·온라인 플랫폼법 등
韓 조사대상 포함 가능성 우려
金 “러트닉 美상무와 연락 계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 합법적으로 가능하고 더 강력한 관세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되자 우리 통상 당국도 비상이다. 정부는 ‘어차피 주사위는 트럼프 대통령의 손에 있다’고 보고 대미투자특별법 입법 등 양국 간 무역 합의와 후속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면서 미국과 각국 동향을 주시하기로 했다.

대책 마련 비상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판결 및 미 행정부의 추가 관세 조치 관련 민관합동 대책회의’에서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판결 및 미 행정부의 추가 관세 조치 관련 민관합동 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정부는 국익 극대화라는 원칙을 기반으로 한·미 관세 합의를 통해 확보한 이익 균형이 훼손되지 않고 우리 기업에 미칠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미국 측과 우호적 협의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맺은 관세·무역 합의에 따른 대미투자를 위한 구체적인 프로젝트 선정작업이 변함없이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회의에는 산업부 등 주무 부처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 경제단체 및 수출 지원 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한국 등 전 세계에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법이라고 한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 이후 미 정부의 통상 압박이 더 거칠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이 주요국을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통한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천명한 만큼 향후 미국 관세정책은 IEEPA 위법 판결에도 불구하고 무역법 122조·301조 등 다양한 대체수단을 통해 공세적으로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글로벌 통상환경 불확실성도 한층 증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우려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무역법 122조는 미국이 심각한 무역적자가 발생하면 당국의 사전조사 없이 최대 15%의 관세를 매기도록 규정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밝힌 ‘글로벌 관세 15%’의 근거다. 특히 불공정 무역 관행이 있으면 적용하는 301조는 미 무역대표부(USTR)의 사전조사를 거쳐 부과하고 관세율 상한이 없다. 무역 상대국들이 엮이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막강한 조항이라 ‘슈퍼 301조’로 불린다. 일각에선 미국 측이 한국의 비관세 장벽 이슈로 문제 삼은 쿠팡 사태와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 고정밀 지도 반출 제한 등을 고리 삼아 불공정 무역관행으로 몰고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 장관은 다만 한국이 불공정 무역관행 조사 대상에 포함될지에 대해서는 “예단하지 않고 있다”며 “저희(한국)는 그 대상이 되지 않도록 여러 통상 이슈들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미측의 추가 관세 조치 향방을 예단할 수 없는 만큼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 확보와 시장 다변화를 위한 대책을 끈기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며 “미측의 추가적 관세 조치 움직임과 여타 주요국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대응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5년 8월 25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미 연방대법원 판결 직후 협상 상대인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연락을 주고받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계속하고 있다”면서도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청와대는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를 예의 주시하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가 미 연방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미국에 새로운 요구를 하기보다 기존 양국 간 합의와 후속 절차 등을 예정대로 이행해 나간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액션보다 리액션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의 행보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날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 정부가 함께한 통상현안 점검회의에서 ‘3월9일까지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차질없이 진행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 도입한 글로벌 관세 15%를 적용하면 한국 부담이 이전보다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무역연구기관인 세계무역경보(GTA)가 미국 상위 20개 수입국에 대해 실제 무역 규모를 반영한 평균 관세율을 추산한 결과 한국은 미 연방대법원 판결 전 12.8%에서 13.4%로 0.6%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0.4%포인트), 유럽연합(+0.8%포인트) 등도 관세율이 상승했다. 반면 기존 관세율이 높았던 브라질(-13.6%포인트), 중국(-7.1%포인트) 등은 관세 인하 혜택을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