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밀가루값 내렸는데… 빵·과자 값도 내려갈까? [수민이가 궁금해요]

李대통령 '암적 존재' 규정…신속한 대응 강조

공정위장 "제분업계 5% 낮췄지만 충분치 않아
원자재 가격 하락…10% 이상은 내리는게 맞아
식품 업체서도 추가적인 가격 인하 이뤄져야"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밀가루 담합 사건과 관련해 “가격을 적어도 10% 정도 낮추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고 23일 밝혔다. 원자재 가격 하락 폭을 고려할 때 최근 제분업계가 단행한 5% 인하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주 위원장은 밀가루를 원료로 쓰는 빵값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모니터링 의지를 내비쳤다. 밀가루 가격이 내린 만큼 빵값에도 반영돼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밀가루 가격 5% → 10% 낮춰야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한 주 의원장은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이 담합 혐의를 받는 제분업체가 밀가루 가격을 5% 정도 낮췄는데 인하 폭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자 “원자재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에 어림짐작해서 한 10% 이상은 하락 하는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10% 이상 낮추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는 주 위원장 발언은 담합 혐의를 받는 CJ제일제당과 대한제분 등 제분 7사에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릴지를 공정위가 전원회의에서 심의할 예정인 가운데 나온 것이라서 눈길이 쏠린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

공정위 심사관은 제분 7사가 작년 10월까지 약 6년에 걸쳐 밀가루 판매 가격 및물량 배분을 밀약한 것으로 보인다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사건을 19일 전원회의에 상정했다.

 

심사관 측은 과징금과 시정 명령을 내리되 각 제분사가 자발적으로 가격을 다시 정하도록 가격 재결정 명령을 함께 내려달라는 의견을 냈다.

 

주 위원장은 밀가루를 원료로 쓰는 빵값 등 체감 물가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모니터링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도록 계속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설탕, 밀가루 가격이 하락하면 그와 관련한 식품 가공 업체에서도 추가적인 가격 인하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3개 설탕 제조·판매업자에 대해 법 위반행위 금지명령과 가격변경 현황 보고명령 등 시정명령을 내리고, 총 4083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제당사 3곳은 지난 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총 8회에 걸쳐 설탕 판매가격 변경의 폭과 시기 등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CJ제일제당의 브랜드 백설과 삼양사의 큐원 등 설탕 제품이 진열되어 있는 모습. 뉴시스

설탕 담합 의혹에 대해서도 원칙적인 대응을 강조했다. 주 위원장은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제당 3사의 담합 혐의를 두고 “담합이 확정된다면 지금 가격을 내린다고 해서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부당이득을 회수할 수 있는 조치를 반드시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밀가루 제분업체들이 6년에 걸쳐 5조8000억원 규모의 가격담합을 했다고 판단하고 제재 절차에 돌입했다. 밀가루 ‘가격 재결정 명령’이 20년 만에 심의 대상에 올랐다. 과징금은 최대 1조1600억원에 달할 수 있다.

 

◆전분당 담합 의혹에 업체들 줄줄이 ‘가격 인하’

 

공정거래위원회가 전분 및 당류(전분당) 업체들의 담합 의혹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관련 업체들이 잇달아 가격 인하에 나섰다.

 

공정위는 국내 전분당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대상, 삼양, 사조CPK, CJ제일제당 등 4개 업체의 담합 의혹을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조그룹의 전분당 제조·판매 업체 사조CPK는 23일 전분당 주요 제품 가격을 3∼5% 인하한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밀가루 담합 사건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심의 절차에 착수하면서 민생 밀접 분야 담합 사건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조사 기간을 대폭 단축한 데 이어, 관례를 깨고 심사보고서 발송 단계에서 공식 브리핑까지 진행하는 등 이례적 대응에 나서며 담합 근절 의지를 드러냈다. 공정위는 지난 21일 대선제분·대한제분·사조동아원·삼양사·삼화제분·CJ제일제당·한탑 등 제분사 7곳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밀가루가 진열돼 있다. 뉴시스

품목은 옥수수를 원료로 한 전분, 물엿, 과당 등이며, 실수요처·대리점·기업간거래(B2B)·소비자용(B2C) 등 모든 유통 경로에 적용된다.

 

사조CPK는 원재료 가격 변동 등 시장 상황을 반영해 제조 원가 부담을 겪는 파트너사의 부담 완화하고, 물가 안정에 기여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앞서 대상도 지난 13일 청정원 올리고당, 사과올리고당, 요리올리고당 등 올리고당류 3종과 청정원 물엿 등 소비자간거래(B2C) 제품 가격을 각각 5% 내린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재명 대통령이 담합을 ‘암적 존재’로 규정하며 신속한 대응을 강조한 것이 제품 가격 인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밀가루와 설탕 등의 사례를 거론하며 “담합은 공정경쟁을 가로막고 시장 신뢰를 훼손하며 국민 경제 발전을 방해하는 암적인 존재”라고 비판했다. 또한 반시장적 행위에 대한 시장 영구 퇴출 방안도 거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