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법원 ‘PCA의 배상 판정’ 취소 정 법무 “취소訴 인용률 3% 뚫어” ‘론스타’ 이어 국익 지켜낸 성과 향후 PCA 중재절차 재개 주목
“국민 여러분의 노후인 국민연금을 지켜낸 소중한 판결입니다. 한마음으로 헌신한 관계부처의 모든 공직자들과 정부 대리인단, 이들을 믿어주신 국민 여러분 덕분입니다.”
정성호(사진) 법무부 장관은 23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의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 취소소송 승소 브리핑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영국 고등법원(High Court)이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약 1556억원(1억782만달러)을 배상하라’고 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정을 취소하고 우리 정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국고유출을 막아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엘리엇을 상대로 한 ISDS 사건 중재판정 영국 법원 취소 소송 승소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연금은 정부와 별개” 주장 인정
이번 취소소송의 쟁점은 삼성물산 최대 주주였던 국민연금공단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찬성 의결권을 행사한 것을 국가기관(당사국)의 조치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삼성물산 주주였던 엘리엇은 제일모직과 합병 비율이 불리하다며 반대했는데, 결국 합병이 성사되자 2018년 7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근거해 ISDS를 제기했다.
법무부는 “ISDS를 제기하기 위해선 투자자가 문제 삼는 정부의 행위가 중재판정부가 심사할 수 있는 관할 사건이어야 한다”며 “그 요건은 한미 FTA 11.1조(이 장은 다음에 관하여 당사국이 채택하거나 유지하는 조치에 적용된다)에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취소소송에서 ‘국민연금공단이 정부와 별개의 법인격을 보유하고 있고, 공적연금기금의 운용이 치안이나 국방 등 국가의 핵심 기능에 해당하지 않으며, 국민연금공단의 일상적 의사결정이 정부에 완전히 종속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내세웠다. 영국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국민연금이 국가기관임을 전제로 내린 PCA의 판단 부분을 취소했다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다만 영국 법원은 당시 청와대와 보건복지부가 합병 관련 국민연금공단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한 행위는 한미 FTA 11.1조의 ‘관련성 있는 조치’에는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다시 진행될 PCA의 중재절차에서는 청와대·복지부의 행위만으로도 엘리엇이 주장하는 손해와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엘리엇을 상대로 한 ISDS 사건 중재판정 영국 법원 취소 소송 승소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론스타 ISDS 이어 국익 지켜낸 승소
정 장관은 이번 승소를 두고 “엘리엇의 6분의 1에 불과한 소송비용을 쓰고도 (최근 2년 간 영국 법원 기준) 취소소송 인용률 3%의 바늘구멍을 뚫어냈다”고 자평했다. 특히 PCA 중재판정에서 일부 패소한 뒤 영국 법원에 낸 취소소송 1심에서 각하 판결이 나왔음에도 굴하지 않고 정정신청과 취소소송, 항소에 연이어 나서며 일관된 법리를 주장한 결과라고 전했다.
법무부는 아울러 “ISDS 대상이 될 수 있는 요건을 규정한 소위 ‘관문’ 조항으로서 기능하는 한미 FTA 11.1조의 기능을 재확인받음으로써 자칫 해외 투기자본의 ISDS 남소에 취약해질 수 있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했다”고 의의를 부연했다.
지난해 11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외환은행 매각 관련 ISDS 취소소송에서 승소해 배상 원금과 이자 등 약 4000억원의 배상책임이 소멸된 데 이어 또 다시 국익을 지킨 ISDS 대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 장관은 “정부는 향후 환송 중재절차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한편, 우리나라의 ISDS 대응 체제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법률 제정도 추진해 국민과 국익을 철저히 보호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