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지역 근무가 억울하다는 이유로 부하 직원들에게 수십 차례 대리 서명을 시켜 수당을 가로챈 공무원이 징계 결과에 불복해 소송을 냈으나 결국 패소했다. 법원은 공직 사회의 청렴성과 기강 확립을 위해 강등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 “우리는 이렇게라도 채워야 한다” 황당한 논리
인천지법 행정1-2부(김원목 부장판사)는 공무원 A씨가 모 교육청을 상대로 낸 강등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24일 밝혔다. 사건의 발단은 도서 지역 학교에서 근무하던 A씨의 비뚤어진 보상 심리였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A씨는 2023년 한 해 동안 부하 직원 2명에게 자신의 초과근무 확인 대장에 대신 서명하도록 지시했다. 확인된 횟수만 총 49차례에 달한다. 그는 직원들에게 “섬에 발령 난 것도 억울하니 우리는 이렇게라도 수당을 채워야 한다”며 범행을 정당화했다.
A씨가 이런 방식으로 부정 수령한 시간외근무수당은 약 237만 원(189시간분)으로 조사됐다. 교육 당국은 사안이 무겁다고 판단해 2024년 8월 A씨에게 ‘강등’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내렸다.
◆ 입 맞추기 강요부터 갑질까지…드러난 민낯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A씨의 행태는 단순히 수당 부정 수령에 그치지 않았다. 감사가 시작되자 그는 부하 직원들에게 “자발적으로 대리 서명을 했다고 말하라”며 허위 진술을 종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또한 실제로는 부모와 함께 거주하지 않으면서도 주민등록등본 등을 허위로 제출해 부양가족 수당을 챙긴 사실도 밝혀졌다. 여기에 직장 내 괴롭힘 정황도 추가됐다. 업무 미숙을 빌미로 부하 직원에게 40분간 비인격적인 발언을 쏟아내거나 공개적인 장소에서 인사상 불이익을 암시하며 압박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 법원 “공익적 가치가 사익보다 크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실제 초과근무를 했으나 대리 서명이라는 절차상 실수가 있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단호했다. 부하 직원들이 “A씨가 먼저 퇴근하며 서명을 부탁했고, 대필한 날에는 복귀하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A씨가 초과근무대장을 관리해야 할 책임자임에도 지침을 어기고 하급자들에게 부당한 인식을 심어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공무원의 법규 준수 의무를 위반한 행위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 깨끗한 공직 사회를 구현할 필요가 있다”며 징계가 정당함을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