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극우 성향 대학생이 극좌 청년들에게 맞아 죽은 사건이 프랑스와 미국 간의 외교적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 내부에선 파리 주재 미국 대사의 활동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23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프랑스 외교부는 찰스 쿠슈너(71) 주프랑스 미국 대사를 향해 “일국의 대사에게 요구되는 기본적 임무조차 파악하지 못한 인물”이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장 노엘 바로 외교부 장관은 쿠슈너 대사가 본인을 비롯한 프랑스 행정부 장관들과 직접 접촉하지 못하도록 금지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장관은 이날 쿠슈너를 외교부 청사로 초치(招致)하려고 시도했다. 최근 프랑스에서 일어난 폭력 사건에 관해 쿠슈너가 터무니없는 중상모략을 했다며 강력히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쿠슈너는 선약을 이유로 초치에 불응하고 대사관의 부하 직원을 대신 보냈다. 외교관들 사이에서 주재국 외교부의 초치 통보에 응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로 통한다. 쿠슈너는 전에도 프랑스 외교부가 초치 요구를 할 때마다 이런저런 사정을 들며 대사관을 비우고 종적을 감추는 형태로 초치를 피해 왔다.
지난 12일 프랑스 리옹에선 극우 성향 대학생 캉탱 드랑크(당시 23세)가 극좌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 주최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했다가 극좌 청년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끝에결국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주프랑스 미국 대사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요즘 프랑스에선 좌파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폭력이 증가하고 있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공유했다. 해당 게시물은 미 국무부 대(對)테러국은 밝힌 입장이었다. 분노한 프랑스 외교부가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라’고 누차 요구했으나 쿠슈너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앞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드랑크 사건을 두고 “이념적 증오 분위기가 여러 나라를 휩쓸고 있다”고 했다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항의를 받은 바 있다. 멜로니는 극우 정당이 포함된 연립여당을 이끌고 있으며 대표적인 친미 지도자로 꼽힌다.
쿠슈너는 정통 외교관이 아닌 사업가 출신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각별한 인연 때문에 주프랑스 대사라는 고위직을 맡았다. 그의 아들 재러드 쿠슈너(45)가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44)와 결혼했으니 쿠슈너와 트럼프는 사돈 관계인 셈이다. 외교는 물론 프랑스어에도 문외한인 쿠슈너는 2025년 7월 파리 부임 당시부터 환영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