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기엔 좀 아깝지 않나.”
집에서 튀김을 하거나 전을 부친 뒤 남은 식용유를 다시 쓰는 일은 흔하다. 맑아 보이고 특별한 냄새가 없으면 그대로 다시 사용하기 쉽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는 이미 시작됐을 수 있다. 색과 냄새만으로 상태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2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식용유는 열과 공기에 노출되면 산화가 진행된다. 가열 과정에서 생성된 과산화물은 시간이 지나며 알데하이드류 등 2차 산화 생성물로 분해된다. 튀김처럼 170~180℃ 이상의 고온 조리가 반복될수록 이러한 변화는 더 빠르게 일어날 수 있다.
특히 같은 기름을 여러 번 가열하면 ‘총 극성물질(TPC·Total Polar Compounds)’이라는 지표가 높아진다. 이는 기름이 오래 가열되면서 생기는 분해·산화 부산물을 합쳐 측정한 수치다.
일부 해외 국가에서는 상업용 튀김유의 총 극성물질 함량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사용을 제한한다. 가정에서는 수치를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눈과 코로 확인되는 상태 변화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기름이 변질되면 몇 가지 신호가 나타난다. 이전보다 낮은 온도에서 쉽게 연기가 나거나 색이 짙어지고 점도가 높아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표면에 거품이 많이 생기거나 평소와 다른 냄새가 느껴진다면 재사용을 피하는 것이 좋다. 같은 기름을 반복해 쓸수록 발연점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조리한 음식 종류도 변질 속도에 영향을 준다. 채소를 간단히 볶은 기름보다 생선이나 육류를 튀긴 기름이 더 빨리 변한다. 단백질과 지방 찌꺼기가 기름에 남아 산화 반응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특히 빵가루가 많이 떨어지는 튀김 요리는 기름의 품질 저하를 더 빠르게 진행시킬 수 있다.
기름의 종류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다. 불포화지방산 비율이 높은 기름은 산화가 더 빨리 진행되고 포화지방산 비율이 높은 일부 기름은 비교적 안정적인 편이다. 하지만 반복 가열하면 품질이 떨어진다는 점은 같다.
재사용할 경우에는 사용 직후 음식물 찌꺼기를 걸러내고, 완전히 식힌 뒤 밀폐 용기에 담아 빛과 공기를 최대한 차단해 보관해야 한다. 산소와 빛에 노출될수록 산화는 더 빨라진다. 실온에서 보관하더라도 오래 두기보다는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후 재가열했을 때 연기, 거품, 냄새, 색 변화 가운데 하나라도 나타나면 즉시 폐기하는 것이 안전하다.
변질된 기름을 싱크대에 그대로 버리면 배관 막힘이나 환경 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종이나 키친타월 등에 흡수시켜 일반 쓰레기로 배출하거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폐식용유 수거함을 이용하면 된다.
기름을 버리는 게 아까운 게 아니라 변질된 기름을 계속 쓰는 게 건강에 더 큰 손해다. 이상 신호가 보이면 과감히 버리는 판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