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한 ‘기술 추격자’로 여겨지던 중국이 반도체를 빼고 전기차와 배터리, 로봇 등 첨단제조업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한국을 앞지른 것으로 분석됐다. 반도체마저도 메모리를 제외한 인공지능(AI) 칩 설계, 반도체 설계 플랫폼 등 비메모리 분야에서 중국이 강세를 보이는 것으로 평가됐다.
산업연구원이 24일 발표한 ‘첨단산업의 한·중 경쟁력 분석과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를 제외하고 로봇,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제조업 분야에서 한국과 상당한 격차를 벌린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9월 진행한 전문가 설문조사와 집중집단인터뷰(FGI) 결과를 바탕으로 이같이 결론냈다.
그나마 반도체 분야에선 한국이 체면을 유지했다. 메모리 반도체 장비 조달과 판매·유지보수 서비스, 해외 수요 항목에서 중국보다 우위에 섰다. 첨단 파운드리 공정과 반도체 장비·소재에서도 기술 우위를 유지했다. 다만, 비메모리 사업에선 중국에 밀린다는 진단이 나왔다. AI칩 설계·팹리스·후공정(패키징) 분야에서는 기술·가격·인프라 모든 면에서 중국이 우위라는 전문가 의견이 다수였다. 화웨이와 바이두 같이 이른바 ‘따이창(大場)’으로 불리는 중국 기술기업이 AI칩 설계와 활용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첨단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이 거세진 가운데 정부는 핵심 산업인 조선업의 경쟁력 제고에 나섰다.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 중국과의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도록 올해 조선 분야에 지난해보다 23% 늘어난 32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국내 조선업은 지난해 8년 만에 최고 수준인 318억달러 수출 실적을 올렸다. 글로벌 수주 점유율은 전년 대비 6.3%포인트 증가한 20.2%를 달성하며 선전했다. 특히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꼽히는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분야에서는 세계 점유율 1위를 재탈환했다.
그러나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의 추격이 거세고, 미국의 기습 관세 부과로 세계 통상 환경이 급변하는 악재까지 만나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조선업계 경쟁력 유지를 위해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 배경이다. 이에 산업통상부는친환경 기술 개발, AI 기술 도입, 기자재 국산화 및 중소조선 업체 경쟁력 강화의 3대 목표에 맞춰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근 우리 조선업에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인력의 구조적 문제, 일부 선종에 집중된 수주, 중소조선 경쟁력 강화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정부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지원을 통해 압도적 기술경쟁력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