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한 강북, 싸늘한 강남… 서울 전월세 시장 온도차 뚜렷 [집값 기대심리 급락]

부동산규제에 상반된 양상

송파 잠실 르엘 등 물량 쏟아지고
다주택자 급매 늘며 가격 조정기
집값 하락 우려… 초고가 전세 부담

서울 학군 선호지역선 저렴한 강북
가격 올려도 매물 나오면 바로 소진
수요 쏠림에 강남수준 키맞추기 우려
“다주택자의 급매물이 나오면서 매매 시장이 약세인데 전월세 물량도 잘 나가지 않고 있어요. 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은 데다 매매가가 약해지다 보니 비싼 전세를 들어가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커진 듯해요.”(서울 송파구 A중개업소)

“전월세 ‘씨’가 마르다 보니 어쩌다가 한 개 나오면 그날 바로 계약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요. 전월세 모두 상승 추세라 가격이 올랐는데도 바로 나갑니다.”(노원구 B중개업소)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다주택자 압박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24일 서울 강남구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가격을 낮춘 급매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뉴스1

정부가 서울 전역을 대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고강도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고 다주택자 등을 대상으로 추가 규제를 도입할 예정인 가운데 강남과 강북 시장이 상반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월세 매물이 부족한 건 마찬가지이나 이동 수요가 줄면서 가격 조정을 받고 있는 강남과 달리, 강북 주요 지역에선 종전보다 오른 가격에도 전월세 매물이 순식간에 소진되며 더 귀해지고 있다. 이런 흐름이 강북 아파트의 가격 ‘키 맞추기’로 이어질지, 일시적 수요 쏠림에 그칠지 주목된다.

◆강남 전세 ‘조정 국면’



올해 들어 강남권은 중층 규제의 영향에다 송파구의 물량 공급으로 ‘가격 눌림’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람들의 ‘욕망’이 반영되는 부동산 시장에서도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은 결국 수급이다. 송파구는 신천동 잠실래미안아이파크(2678가구)와 잠실 르엘(1865가구) 등 입주 물량이 쏟아지며 전셋값이 하락했다. 임차인의 전세자금대출을 활용하는 ‘조건부 전세대출’이 막히자 잔금 사정이 급한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낮추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그 영향으로 잠실의 구축 아파트도 조정받는 모양새다. 잠실 엘스와 리센츠의 전용 84㎡는 지난해 말까지 전셋값이 14억∼15억원에 실거래가 이뤄졌으나 이달 들어 12억∼13억원으로 떨어졌다. 입주 단지에서 싼 전세가 나오는 데다 다주택자의 급매 출현으로 매매가가 조정받다 보니 고가 전세 수요가 줄어든 영향으로 보인다. 강남구 도곡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월세 가격은 높고 전세 대출 조건도 까다로워지다 보니 시장을 관망하면서 원래 살던 곳에서 지내려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전월세 품귀 강북, ‘상승 거래’ 활발

반면 강북 주요 지역 전월세는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학군이 양호하면서 전셋값이 2억∼4억원 선인 노원구 중계동·하계동·상계동 일대는 ‘상승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과 강북 지역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2000세대 아파트 단지의 전세가 10여건, 월세는 1건이거나 수백세대 단지에 월세가 한 건도 없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중계동에서 월 100만원 중반대 월세를 찾고 있던 C씨는 지난 23일 ‘은행사거리’ 인근에 매물이 나오자마자 가계약금을 걸었다. 살고 있는 집의 후임자를 구해놓고 이사갈 집을 구하는 게 순서인데도 당장 예약해놓지 않으면 금방 매물이 사라지는 탓에 미리 ‘찜’을 해놓은 것이다.

중계동 일대의 전월세는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나 매물이 바로 사라질 만큼 시장이 뜨겁다. 중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서울 전체가 토지거래허가구역과 각종 금융 규제로 묶이긴 했으나 이 동네 물건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저가여서 더 오르기 전에 이동하려는 수요가 넘쳐난다”며 “매매가는 정체돼 있으나 아직 전 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만큼 강남과 달리 조정받는 분위기가 아니다”고 했다.

통상 전월세 상승이 매매가를 밀어올리는 동력으로 작용하는 만큼 강북 내의 학군지와 역세권, 신축을 중심으로 가격변동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부동산 흐름을 선도하는 강남의 약세가 지속되면 다른 지역의 상승 동력도 제한될 수밖에 없어 서울 전반적으로 관망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