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 비율은 29.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동물과 사람이 함께 지내며 관련 사고도 잇따르는 가운데 ‘개물림’ 사고 예방을 위해 현실에 맞는 정책과 반려동물 양육 문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법원은 2024년 1년 동안 4번이나 개물림 사고를 발생하게 한 견주 노모(54)씨에게 중과실치상,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선고된 금고 4년형의 원심판결을 최근 확정했다. 법원은 목줄과 입마개 등을 착용해야 하는 맹견을 관리해야 하는 견주 책임을 무겁게 물었다. 개물림 사고 대부분은 맹견이 아닌 강아지에 의한 것인데, 이 경우 주인에 대한 처벌은 상대적으로 가볍다. 현행법상 입마개 의무 착용 등 관리 의무는 도사견 등 5개 종에 국한된다.
24일 최근 5년 동안 선고된 ‘개물림 사고’ 1심 판결문 30건을 판결문 검색 서비스 엘박스(LBox)를 통해 입수해 분석한 결과 대다수(80%)가 벌금형에 그쳤다. 벌금은 최소 30만원에서 최대 400만원이었고, 평균 168.3만원이었다. 징역형이 선고된 경우는 3건, 금고형은 1건이었다. 금고형은 교도소에 가둬두되 노역은 시키지 않는다. 무죄와 공소기각도 각 1건씩 있었다. 벌금보다 무거운 형이 선고된 경우는 모두 중과실치상 외 동물보호법 위반이나 특수폭행·업무상과실치사 등 여러 혐의로 함께 기소된 경우뿐이었다. 피해자 상해 정도는 ‘3주 미만’이 12건, ‘3∼6주 미만’ 4건, ‘6주 이상’ 7건, 중상·사망 2건, ‘미상’ 5건이었다.
개물림 사고는 맹견이 아닌 경우에서 더 많이 발생했다.
동물복지법은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맹견을 규정하고 있다. 도사견·핏불테리어 등 5개 종과 그 종들이 믹스된 개다. 판결문 분석 결과 맹견에 의한 사고는 2건뿐이고, 진돗개가 11건(36.7%)으로 가장 많았다. 몰티즈와 비숑처럼 작은 개들에 의한 사고도 5건 확인됐다. 2020년 발생한 개물림 사망 사건 역시 맹견으로 분류되지 않는 사모예드 믹스견에 의해 발생했다.
개물림 사고는 매년 발생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개물림 사고 환자 이송 건수는 2020년 2114건, 2021년 2197건, 2022년 2216건, 2023년 2235건, 2024년 1980건으로 매년 2000건 수준이다. 사고가 이어지면서 2024년 동물복지법이 개정됐다. 개정 법에는 사고를 낸 개를 맹견으로 전환해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람이나 동물에 위해를 가한 개의 경우 맹견 기질 평가를 받아야 한다.
법이 개정됐지만, 현실적인 사고 예방 효과는 없다는 평가다.
맹견으로 분류될 경우 견주들에게 부담이 간다는 이유에서 이를 평가하는 수의사나 훈련사들이 판정을 꺼려서다. 김현주 부천대 반려동물과 교수는 “제도 도입 이후 기질 평가에서 맹견으로 지정된 경우는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맹견으로 지정되면 1.8m 이상의 펜스를 치거나 정기적으로 기질 평가를 받는 등 관리가 급격히 까다로워져서 현장에서는 지정하기가 힘들다고들 한다”고 전했다.
작은 개들도 훈련이 안 되면 사람을 물 수 있다. 공격성이 보이면 견주들이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교수는 “맹견에 한해 입마개를 의무적으로 착용하게 할 것이 아니라, 모든 개가 입마개를 하고 다녀도 이상하지 않은 인식이 필요하다”며 “입마개를 한다고 해서 맹견이라는 생각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에서는 사람을 물면 안락사를 시킬 정도로 개물림 사고에 엄격한데 우리나라는 개의 공격성을 용맹하다고 여겨 사고에 너그러운 문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