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점심시간이 끝난 뒤 서울 용산구의 한 오피스 빌딩 화장실 거울 앞. 직장인들이 치약을 길게 짜고 이를 ‘박박’ 문지르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하얀 거품과 함께 뽀드득거리는 개운함을 믿고 손목에 핏대가 서도록 힘을 더 주는 손. 하지만 그 개운함이 곧 치아 건강을 뜻하는 건 아니다.
질병관리청의 202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의 치주질환 유병률은 30% 안팎에 달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3년 외래 다빈도 질환 통계에서도 치은염과 치주질환은 부동의 최상위권을 다툰다.
전문가들은 치아 손상의 주범이 ‘덜 닦아서’가 아니라 ‘잘못 닦아서’ 생기는 마모라고 입을 모은다.
◆‘압력 3N’ 초과 시 마모 위험…세게 닦기가 낳은 비극
서울 강남의 한 치주과 전문의는 “열심히 닦았는데 왜 시리냐며 찾아오는 환자들의 치아를 보면, 잇몸 경계 부위가 ‘브이(V)’ 자로 깊게 파여 있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플라크는 부드러운 스펀지로 닦아내듯 가볍게 털어내는 것인데, 철수세미로 문지르듯 닦아 자연 치아를 스스로 갉아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9년 국제학술지(European Journal of Oral Sciences)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칫솔질 압력이 3N을 초과할 경우 치경부 마모 위험이 급증한다. 3N은 주방 저울을 칫솔로 눌렀을 때 약 300g이 찍히는 가벼운 힘이다.
왜 우리는 그토록 강하게 닦을까. 한국인 특유의 뽀드득 소리가 나야 세균이 박멸됐다고 믿는 시원함에 대한 집착 때문이다. 이 잘못된 쾌감이 매일 3번씩 반복되며 평생 써야 할 얇은 법랑질을 깎아내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산성 음식 후 30분 대기…수면 전 양치가 ‘방패막’
탄산음료나 과일처럼 산성이 강한 음식을 먹은 직후 법랑질이 약해진 상태에서 강하게 문지르면 마모는 배가된다.
미국치과협회(ADA)의 권고처럼 30~60분을 기다렸다가 부드럽게 닦아내는 것이 치아 수명을 지키는 길이다.
특히 수면 중에는 세균을 씻어내는 자연 방어막인 타액 분비량이 70% 이상 줄어들기 때문에, 취침 전 45도 각도의 꼼꼼하고 부드러운 양치는 필수적인 예방 조치다.
결국 양치는 힘의 크기가 아니라 기술의 정교함이다. 오늘 밤 욕실 거울 앞에서 칫솔을 쥔 손목에 힘을 조금 빼보자.
거칠고 요란한 마찰음이 사라진 고요한 빈자리에, 10년 뒤에도 시린 고통 없이 냉면 육수를 시원하게 들이켤 수 있는 튼튼한 치아가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