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화재를 수사 중인 경찰이 전기적 요인에 따른 발화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수서경찰서는 이번 화재에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고, 합선과 누전 등 전기적 요인으로 인해 불이 났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불은 주방에서 시작돼 번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경찰은 전날 소방 당국과 현장 감식을 마치고 조명 등 일부 전기기구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감식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A(16)양의 가족은 화재 닷새 전인 지난 19일 고인의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이사를 왔다. A양의 집에서는 최근까지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이어졌다고 전해졌다.
불은 전날 오전 6시18분쯤 은마아파트 14층 건물 중 8층의 한 가구에서 발생했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A양은 불을 피해 베란다 쪽으로 갔지만 구조되지 못하고 숨진 채 발견됐다.
함께 있던 A양의 40대 어머니가 얼굴에 화상을 입고, 10대 여동생은 연기를 들이마셔 병원으로 옮겨졌다.
위층에 거주하던 50대 여성 1명도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다행히 부상자들 모두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출동한 소방당국은 인력 143명과 장비 35대를 투입해 화재 발생 약 1시간20분 만인 오전 7시36분쯤 불을 완전히 진압했다.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스프링클러가 없어 화재 초기 진압이 어려웠던 것으로 파악됐다.
스프링클러는 화재 발생 시 천장에 설치된 헤드가 열을 감지하여 자동으로 물을 살수하는 자동 소화설비다.
소방 통계에 따르면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했을 때 화재 진압 성공률은 95%에 달한다. 즉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 골든타임을 사수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인 것이다.
화재 당시 건물에 있던 주민 약 70명이 긴급 대피했다. 이날 현장에 있던 주민들에 따르면 화재경보 소리를 듣지 못한 사람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은마아파트는 지하 주차장이 없고 세대당 주차 대수가 부족해 이중, 삼중 주차가 빈번하다.
이에 이날 출동한 소방차 여러 대와 구급차들이 사고 현장으로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도 포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