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오케이 레코즈 대표(전 어도어 대표가) 자신과 각종 법쟁 분쟁에 얽혀 있는 하이브(HYBE)에게 모든 분쟁을 멈추자고 공개 제안했다.
민 대표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256억원을 다른 가치와 바꾸기로 결정했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민 대표는 이날 6분짜리 입장문만 읽고, 질의응답 없이 해당 기자회견을 일방적으로 끝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부장판사 남인수)는 지난 12일 민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제기한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하이브가 민 전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주주 간 계약 해지 확인 소송은 기각했다. 법원이 두 사건 모두 민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재판부는 "하이브는 민 전 대표에게 255억원 상당의 풋옵션 대금을 지급하라"고 했다. 민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돼 함께 소송을 제기한 신모 전 부대표에게 17억원, 김모 전 이사에겐 14억원 상당을 각 지급할 것을 명했다.
또한 "콜옵션 행사는 주주 간 계약을 해지하는 효과가 있어 중대한 계약 위반이 있는 경우에 행사할 수 있다"며 하이브의 주식매도 청구권 관련 주장을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 전 대표가 하이브로부터 어도어를 독립시킬 방안을 모색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그 사정만으로 이 사건 주주 간 계약을 중대하게 위반했다고는 볼 수 없다"고 했다.
하이브는 1심이 판결한 255억원에 대한 가집행을 멈춰달라는 취지로 앞서 강제집행정지를 신청했고, 전날 법원에서 인용됐다.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항소심 판결 선고 때까지 민 대표에 대한 하이브의 풋옵션 대금 지급의 강제집행이 정지된다. 하이브는 강제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1심 판결에도 항소한 상태다.
민 대표는 이러한 이번 소송의 결과에 대해 "지난 2년간의 상처를 씻어주는 위로와도 같았다"고 해석했다. "그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대중 여러분께 드렸던 피로감에 대해 부채의식을 느낀다. 이제 그 빚을 새로운 K-팝의 새로운 비전으로 갚아 나가고자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가 승소의 대가로 얻게 될 256억 원을 다른 가치와 바꾸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256억 원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 일생을 바쳐도 접하기 힘든 거액이다. 그리고 이제 막 새로운 시작을 알린 제게도 너무나 귀한 자금이다. 하지만 저는 이 거액의 돈보다 훨씬 더 간절히 바라는 가치가 있기에, 하이브에 의미 있는 제안을 하고자 이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해당 결정을 하게 된 모든 이유 가운데 가장 절실한 건 바로 '뉴진스' 멤버들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256억 원을 내려놓는 대신, 현재 진행 중인 모든 민형사 소송을 즉각 멈추고 모든 분쟁을 종결하길 제안한다. 이 제안에는 저 개인뿐만 아니라, 뉴진스 멤버, 외주 파트너사, 전 어도어 직원들은 물론, 이 싸움에 휘말려 상처받은 팬덤을 향한 모든 고소와 고발 종료까지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이 모든 소송 분쟁이 종료돼야 아티스트들은 물론, 그 가족, 팬덤에 이르기까지 더 이상의 무분별한 잡음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민 대표는 앞서 자신이 여러 번 말한 것처럼,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많다고 했다. 이번 1심 판단으로 자신의 진정성이 확인됐다며, 이제 세상엔 돈보다 더 귀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256억 원이라는 거액을 다른 가치와 바꾸겠다는 이 결단이, K-팝 산업의 전체적인 발전과 화합으로 승화하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와 하이브가 있어야 할 곳은 법정이 아니라 창작의 무대"라고 강조했다.
민 대표는 "제게는 뉴진스를 론칭하며 가졌던 창작의 비전이 있었다. 그것을 다 끝내지 못해 너무 아쉽지만, 그렇기 때문에 현 어도어가 법원에서 말씀하셨던 '뉴진스가 돌아오면 잘해주겠다'는 약속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당부드린다"면서 "뉴진스 멤버 5명이 모두 모여 마음껏 자유롭게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 아티스트가 다시 빛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 그것이 어른들이 해야 할 유일한 역할일 것"이라고 전했다.
자신에게 "256억 원은 K-팝의 건강한 생태계와 아티스트의 평온한 일상을 되찾는 가치보다 크지 않다"고 했다. "이젠 우리 모두 서로가 보다 나은 무대를 팬 여러분께 선사할 수 있도록 각자의 길에서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 우리 어른들이 법정이 아닌 음악과 무대에서 실력을 겨루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기를 제안한다. 이 분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함께 피해를 보는 것은 이 산업의 주인공인 아티스트들"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하이브와 방시혁 의장님. 이제 우리 법정이 아닌 창작의 자리에서 만나자. 2025년 7월의 상법 개정 등 기업의 책임이 엄중해진 시대에, 엔터 산업의 리스크를 해소하고 화합을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주주와 팬들을 위한 가장 현명한 경영 판단이 될 것"이라면서 "저는 '전 어도어 대표'라는 꼬리표를 떼고, '오케이 레코즈 대표'로서 새로운 길을 걷고자 한다. 앞으로 저는 K-팝 산업을 대표할 새로운 아티스트 육성과 새로운 방향성의 비즈니스에 제 모든 에너지를 쏟겠다. 이제 제가 가장 잘하는 크리에이티브에 전념하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이날 민 대표의 기자회견에 대해 화해를 촉구한 메시지와 상반되는 일방통행식 행보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해당 기자 회견을 유튜브 영상으로 지켜본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놓고 일방적으로 퇴장하는 법이 어디 있나" "6분 동안 입장 표명만 할 거면 굳이 오프라인 기자회견을 왜 열었나"라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단순히 서면 입장문 배포로 끝날 일을 소모적인 오프라인 행사로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민 대표는 현재 오케이 레코즈의 새 보이그룹 오디션을 진행 중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제 진심이 전해져, K-팝 산업 전체가 다시 건강하게 숨 쉴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기를 소망한다. 오늘 코스피 6000을 돌파했다.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제안에 대해 하이브가 전향적으로 숙고하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민 대표와 하이브는 2024년 4월부터 경영권 탈취 의혹과 그룹 '뉴진스' 차별 대우 의혹 등으로 갈등을 빚었다. 하이브는 2024년 8월 공개한 반기보고서를 통해 민 대표에 대한 주주 간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이후 민 전 대표가 같은 해 11월 하이브에 어도어 주식에 대한 풋옵션을 행사하겠다고 통보하며 둘 사이 소송전이 본격화했다.
하이브는 이날 민 대표의 기자회견에 대해 아직 따로 입장을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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