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 연방 의회 의사당에서 행한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 address)에서 자신의 기존 정책을 그대로 밀고 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날 워싱턴DC의 연방 의회 의사당에서 1시간 48분간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자신의 국정 기조인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는 선언으로 요약된다.
집권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지난 1년여 간의 각종 대내·외 성과를 열거한 뒤 관세와 이민 정책뿐 아니라 '힘을 통한 평화'를 원칙으로 한 외교·안보 기조 등을 변함없이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 '이민 혐오' 노골화…부통령에 사기 조사 지시·유권자 신분증법 통과 촉구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서 눈에 띈 대목은 이민자에 대한 혐오를 또다시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이다.
미네소타주에 많이 거주하는 소말리아계 이민자 커뮤니티를 지목, "미국 납세자들로부터 약 190억 달러(약 27조원)를 약탈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실제 금액은 이보다 훨씬 더 높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네소타주의 연방 보조금 횡령 및 사기 사건과 관련해 올 초 이 지역에서 대규모 이민단속 작전을 벌이다가 연방 요원이 2명의 미국인을 사살한 사건 탓에 전국적으로 여론이 악화한 것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캘리포니아, 매사추세츠, 메인 등 민주당이 우세인 주(州)를 거론한 뒤 "오늘 밤, 비록 4개월 전에 시작됐지만, 나는 위대한 부통령이 주도할 '사기에 대한 전쟁'을 공식적으로 발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불법 체류자에 의한 범죄 피해와 그 가족이 현장에 와 있다는 점을 언급, "우리가 왜 불법 체류 범죄자들을 사상 최대 규모로 추방하고, 이들을 빨리 쫓아내고 있는지를 정확히 상기시키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당신(불법체류자)들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불법 이민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뿐 아니라 그들이 저지른 각종 범죄에 대해서까지 연방 차원의 조사를 예고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장난치는 게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불법이민 단속을 주도하는 국토안보부(DHS)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된 상황과 관련, "국경 안보와 국토 안보를 위한 모든 예산, 폭설 피해 지역을 돕기 위한 예산의 완전하고 즉각적인 복원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유권자가 투표 등록을 할 때 미국 시민권 증명을 제시하고 투표 때도 신분증을 제시하는 등 내용의 'SAVE(Safeguard American Voter Eligibility·투표자격보호) 법안' 처리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불법 이민자의 대리투표로 부정선거가 저질러졌다는 인식을 표출해왔는데, 이날도 민주당이 이 법안 통과에 반대하는 이유가 "투표 사기를 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정책이 너무 형편없어서 당선되는 유일한 방법이 사기뿐이다. 우리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 '8개 전쟁 종식' 자랑…"美위협에는 주저 없이 맞서겠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연설에서 외교·안보 분야는 비교적 짧았다. 하지만, '힘을 통한 평화'라는 국제 정책 기조는 그대로 유지할 것임을 밝혔다.
그는 그간 수차례 주장해온 대로 집권 2기 취임 이후 8개의 전쟁을 종식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이끌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납치한 인질을 생존자 및 시신까지 모두 송환 및 반환받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핵 협상 중에도 미국이 중동 지역에 군사력을 증강하면서 전쟁 발발 위기가 한층 고조되고 있는 이란 상황과 관련해선 "대통령으로서 나는 가능할 때마다 평화를 추구하겠지만, 그럴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미국을 겨냥한 위협에 맞서기를 절대 주저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특히 "나는 이 문제를 외교로 해결하는 것을 선호한다"면서도 "하지만 이 하나는 분명하다. 난 결코 세계 최대 테러 후원국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 어느 국가도 미국의 결의를 의심해서는 안 된다"라고도 했다.
그는 이란과의 협상에서 "우리는 아직 '우리는 절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겠다'는 비밀 단어(secret words)를 듣지 못했다"면서 이란으로부터 만족할 만한 제안이 없을 경우 군사작전 감행 결단을 내릴 수도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처럼 '힘을 통한 평화' 기조를 거듭 강조했다.
집권 1기때 군대를 재건하기 시작해, 현재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우리가 함께 구축한 이 위대한 힘을 사용해야 할 일이 거의 없기를 바라기 때문에 우리는 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는 진정한 '힘을 통한 평화'이며 지금까지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반구, 즉 아메리카 대륙과 그 주변 장악력 강화를 목표로 하는 '돈로주의'(19세기 먼로주의의 트럼프 버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서반구에서 미국의 안보와 우위를 회복하고 있다"면서 마약 카르텔의 외국테러조직 지정, 해상에서의 마약 유입 차단, 멕시코 카르텔 수장 제거 등을 언급했다.
특히 지난 1월 베네수엘라에서 기습 군사작전을 벌여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해 미국으로 압송한 것을 두고 "정예 미국 전사들이 세계 역사상 가장 복잡하고 화려한 군사적 역량과 위력을 보여주는 작전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처럼 대선 유세를 방불케 하는 과장되고 과격한 언사를 거침없이 내뱉었다.
여당인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성과에 대한 발언이 나올 때 연신 기립박수를 이어갔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거의 자리에 앉아 있는 경우가 많아 미국 정치가 양극단으로 분열돼 있음을 다시 한번 여실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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