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추진된 대전·충남, 대구·경북(TK) 행정통합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자 여야가 후폭풍에 직면하고 있다.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국민의힘에 책임을 물으면서도 석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미칠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등 지방선거 출마가 거론됐던 예상 후보자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은 핵심 지지기반인 TK 행정통합법 좌초를 놓고 당내 책임론이 불거지는 등 잡음이 커지는 모양새다.
◆與 “野 지선에서 심판받을 것”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전·충남 통합과 관련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게 회담을 요청한 사실을 재강조하면서 “논의를 하자고 회담을 제안했는데 왜 거기에 대한 답변을 안 하느냐”고 말했다. 정 대표는 자신과 장 대표 모두 충남이 고향인 점을 상기시키며 “고향 발전을 반대하느냐”면서 “통합에 반대한 책임은 국민의힘에 있다. 대전·충남 발전에 훼방을 놓은 국민의힘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혹독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대구·경북 통합에 반대하고 있는 국민의힘 역시 성난 민심의 철저한 심판이 따를 것”이라고 했다.
과반의석을 가지고 있는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반대 및 지역 여론을 더 듣겠다는 이유로 대전·충남과 TK 통합 법안을 법제사법위 관문에 멈춰 세운 상태다.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만 하면 되는 상황이라 3월 국회에서도 처리 가능성은 살아 있다. 정 대표는 “5극 3특 행정통합을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도록 3월 국회에서도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야당 반대로 쟁점법안이 되어 버린 행정통합법을 밀어붙이기는 곤란한 것이 변수다. 민주당은 3월 국회에서는 비쟁점 민생법안을 다수 처리할 계획임을 여러 번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이 행정통합법안 추진을 이유로 다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에 들어가면 민주당은 민생법안 다수 처리라는 목표 달성이 어려워진다.
행정통합 경로가 지지부진해지면서 예상 출마후보자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강 실장이 대표적이다. 강 실장은 대전·충남통합특별시장 출마가 거론된 인사 중 하나다. 국민의힘은 대전·충남 통합법이 ‘강 실장을 위한 졸속입법’이라는 취지로 주장하기도 했다. 강 실장은 “국정에 전념할 것”이라면서 출마 여부에 말을 아끼고 있지만, 행정통합 최종 불발 시 강 실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를 놓고 당 내에서는 이러저러한 예측이 나온다.
◆野, 커지는 내부 잡음
국민의힘에선 TK 행정통합 무산을 놓고 내부 잡음이 커지는 모양새다. 여당의 공세에 제대로 맞서지 못한 당내 지도부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이날 유튜브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TK 행정통합에 끝내 실망스런 조치를 취한다면 탈당이나 의원직 사퇴까지 고민할 지경”이라며 “지역의 사활이 걸린 행정통합을 외면한다면 당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당 지도부에 날을 세웠다. 주 부의장은 추미애 법사위원장과의 통화에서 “TK 의원들 반대 여론이 줄고 찬성이 압도적이라면 (이번 회기 내) 법안을 처리해 주겠다는 답을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주 부의장은 전날에도 입장문을 내고 “대구·경북의 전폭적인 지지로 세워진 지도부가 지역 명운이 걸린 법안을 사수하는 데 이토록 무기력해서야 되겠느냐”며 “야당 공세에 밀려 지역 미래를 협상카드로 내어주는 비겁한 정치를 끝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일부 반대 목소리를 낸 대구시의회를 겨냥해서도 “굳이 ‘내부도 정리가 안 됐다’는 빌미를 스스로 내줬다”, “개탄스럽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구시장 출마를 준비 중인 유영하 의원 역시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번에 (대구·경북통합법이) 통과되지 않고 미뤄지면 하세월이 될 것이다. 그 책임은 우리 지역구 의원들이 지게 될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