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6000선을 돌파하며 새 역사를 썼지만 거침없는 랠리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상승장에서 소외될까 두려워하는 ‘포모(FOMO)’ 심리가 만연하면서 돈을 빌려 투자한 ‘빚투’는 사상 최대로 늘어났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투 톱’에 대한 과도한 쏠림도 변동성을 부추기는 불안 요소다. 반도체 시장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언제든지 조정이 시작될 수 있어 쌓인 빚투 물량이 증시 연쇄 폭락을 부추기는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이날 장 마감인 오후 3시30분 기준 전장보다 2.83% 오른 49.48을 나타냈다. 장중 한때 50.99까지 치솟기도 했다.
VKOSPI는 옵션 가격에 반영된 향후 시장의 기대 변동성을 측정하는 지수로, 통상 코스피가 급락할 때 급등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코스피 상승 국면에도 공포지수가 오르고 있어 투자자들의 불안심리와 주식시장 불확실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에 대한 불안을 부추기는 요소로는 불어난 빚투가 꼽힌다. 금융투자협회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1월 말 처음으로 30조원을 돌파한 뒤 전날 기준 역대 최고치인 31조9602억원까지 불어났다. 작년 초(15조6800억원) 대비 배로 늘었다.
증권가 일각에선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장이 도래할 경우 매수한 종목을 매도해도 미수금을 모두 갚는 데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주가 반등을 기대하며 버티다가 연쇄적인 반대매매(강제청산)로 이어질 수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국내 기업이익 추정치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연동되는데, 지금은 실물경제보다 반도체 두 기업의 실적 상향 폭이 너무 가파르다”면서 “(두 기업을 뺀) 실제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코스피는 3900∼4000으로 추정된다”고 짚었다.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욕구가 커지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장세가 조금이라도 둔화할 기미가 보이면 언제든 조정이 시작될 수 있다는 의미다.
체감 경기 역시 차갑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기업경기조사에 따르면 이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94.2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0.2포인트 올랐지만 예년 평균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했다.
이 밖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 가능성,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등도 변수로 거론된다. 이달 들어 외국인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대거 순매도에 나선 점도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허재환 연구원은 “보통 탐욕과 버블은 안에서 시작되고, 외부 충격에 의해 끝이 난다”면서 “코스피 6000시대의 위협 요인도 안보다는 밖에서 기인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