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정연설 '간신히 초청받은' 대법관들과 어색한 조우

참석 대법관과 모두 악수하며 비교적 차분한 태도…연설서도 비판 수위 절제

최근 며칠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핵심 경제정책인 상호관세 부과에 위법 판결을 한 연방대법관들을 향해 "바보들", "나라의 망신" 등 거친 표현을 동원해 공격을 퍼부었다.

그는 판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자신에게 반대한 대법관들이 국정연설에 초청받았느냐는 질문에는 "그들은 간신히 초청받았다"면서 "솔직히 오든 말든 상관없다"고 비꼬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하지만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국정연설 현장에서 대법관들을 직접 마주한 트럼프 대통령은 비교적 정중하고 차분한 태도를 보였다고 뉴욕타임스(NYT)가 평가했다.



지난 20일 연방대법원의 '관세 위법' 판결이 나온 지 불과 나흘 만에 국정연설에 참석한 대법관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말과 행동을 할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다소 어색하게 조우한 트럼프 대통령과 검은색 법복을 차려입고 온 대법관들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와 달리 비교적 절제된 태도를 보이며 비판의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었다.

우선 그는 관세 판결에서 '적법' 소수의견을 낸 브렛 캐버노 대법관뿐 아니라 다수의견인 '위법' 판단을 한 존 로버츠 대법원장, 엘레나 케이건,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과도 모두 악수했다.

대법관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연단으로 향할 때 미소를 지으며 정중한 태도로 박수를 보냈다.

연설 시작 약 20분 후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의 관세 판결을 언급했는데, 판결에 대해 "실망스럽다"라거나 "매우 유감스럽다"고 하는 정도에 그쳤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절제된 태도는 그가 자신의 다른 정책의 법적 타당성 검토와 관련한 연방대법원의 역할을 의식하고 있으며, 대법관들과 완전히 등 돌리고 싶지는 않아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NYT는 설명했다.

연방대법원은 출생권 시민권 보장 폐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 해임, 독립 행정기구 규제 당국자 해임 등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에 대한 판결을 줄줄이 앞두고 있다.

국정연설에 참석한 대법관들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을 하는 동안 앞줄에 앉은 대법관 네 명은 예년처럼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지켰고 차분한 표정도 거의 흔들리지 않았다. 대법관들은 연설 내내 의원들과 청중들이 기립 박수를 치는 순간에도 무릎 위에 손을 얹은 채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미국 남자 아이스하키팀을 소개할 때만 이례적으로 함께 기립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