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여 취재로 돌아본 간첩법 개정 공로자들 [현장메모]

적용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으로 넓히는 형법 98조(간첩법) 개정 필요성을 알리는 보도를 2022년 8월15일부터 했다. 그땐 법 조항에 ‘외국’이라는 두 글자를 추가하는 일은 간단할 것으로 오판했다. 3년여에 걸친 연속보도 끝에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장면을 볼 수 있으리라곤 꿈에도 몰랐다.

 

이전 간첩법은 외국이 우리로부터 훔쳐갈 정보도 기술도 없던 1953년에 만들어진 구식이어서 손질이 시급했다. 그러나 역대 국회와 정부의 의지 부족 탓에 법이 제정된 지 73년 만에야 간신히 개정됐다. 늦었지만 입법부가 안보를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해 이룬 국가적 쾌거다. 취재 과정을 돌아보면 진창에서 연꽃 한 송이를 피워내려는 이들의 헌신적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배민영 정치부 기자

21대 국회 때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던 김영주 전 국회부의장과 이보남 전 보좌관(현 한화생명 차장)이 개정안을 발의해 심층보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인터뷰한 홍익표 전 의원(현 청와대 정무수석)은 과거 간첩법 개정안을 두 번 발의했었다. 재추진 여부를 묻자 “논의해보겠다”더니 세 번째 개정안을 발의하는 진정성을 보여줬다. 이상헌 전 의원과 이도경 전 보좌관(현 청년재단 사무총장)도 별도 개정안 발의로 힘을 보탰다.

 

2023년 11월부턴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취재에 적극 협조하며 공론화에 기여했다. 22대 국회 들어 2024년 11월 개정안이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하던 날 자정 무렵, 법사위원이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회의장 밖 복도로 나와 여야 합의안을 건네주며 취재를 독려했다. 같은 당 강승규 의원과 여명 보좌관은 개정안을 내기 위해 24명의 공동 발의를 이끌어냈다.

 

국정원장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개정안을 발의한 민주당 박지원 의원과 유창준 전 국정원 방첩국장은 각각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법 개정이 왜 필요한지를 누구보다 생생하게 들려준 이들이다. 지난해 11월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조속한 법 개정을 여당에 요청하겠다며 취재에 힘을 실었다. 정 장관은 “헌정사상 최초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배경엔 3년여에 걸친 세계일보의 끈질긴 보도가 있었다”며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솔루션 저널리즘을 이어온 데 감사하다”고 했다.

 

이 밖에도 밝히기 어려운 수많은 이들이 취재 과정에서 격려와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그중엔 안보 전문가 P도 있었다. 평일이건 휴일이건 아침저녁으로 그와 통화하며 중도 포기하지 않을 용기를 얻었다. 한 개인, 한 정당만의 힘으론 절대 해낼 수 없는 보도였고 법 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