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문화] 한 방향만 바라보는 시대는 끝났다

JTBC 동계 올림픽 독점 중계
지상파 배제 시청권 침해 논란
안방의 ‘함성 실종’ 다양한 원인
정부 개선의지… 시대 흐름 읽어야

드라마 마니아인 엄마는 잔뜩 뿔이 났다. 즐겨 보는 주말드라마가 올림픽 경기 중계를 이유로 일방적인 결방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운명이 결정되는 중요한 순간을 엄마는 한 주 더 기다려야 확인할 수 있었다. 스포츠광인 아빠 역시 툴툴대긴 마찬가지였다. 방송 3사가 죄다 같은 경기를 겹치기 중계하면서, 정작 보고 싶은 경기는 뒷전으로 밀려서다. 인기 종목 경기가 사골처럼 ‘재방’과 ‘하이라이트’로 우려지는 동안, 나 역시 수동적인 시청자가 돼야 했다. ‘시청자 선택권 박탈’이라는 기사가 신문사마다 나부꼈다. 손안에 든 스마트폰도,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도, 유튜브도 없던 시절 이야기다. 온 나라가 한 방향만 바라보던 시절 이야기이기도 하다.

얼마 전 끝난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도 어김없이 ‘시청자 선택권 박탈’이라는 기사가 쏙쏙 당도했다. 이유는 180도 다르다. JTBC가 올림픽을 독점 중계하면서 지상파 방송에서 올림픽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올림픽 같은 국제 스포츠 중계권은 지상파 방송 3사가 ‘코리아 풀’에서 공동구매 해왔다. N분의 1로 비용을 부담함으로써, 살림도 아끼고 가격 경쟁도 피하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JTBC가 2019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단독 계약하면서 방송 3사 위주로 돌아가던 국가 경기 중계권에 변수가 생겼다.

정시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작가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JTBC의 이 베팅은 ‘독이 든 성배’가 됐다. 이번 올림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이전보다 확연히 떨어진 것이 확인됐는데, 그 주범으로 단독 중계가 도마 위에 올라서다. 이 진단은 과연 맞을까. 일단, 방송 3사가 경쟁적으로 만들어내던 특집 프로그램과 경기 하이라이트가 줄어들면서 바이럴이 활발하지 못했던 건 분명해 보인다. 방송사 간 협상 책임 공방이 거세지면서 ‘보편적 시청권 훼손’이라는 주장도 나왔는데, 이건 조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JTBC와 계약을 맺은 네이버는 올림픽 기간 내내 자체 플랫폼인 ‘치지직’을 통해 전 경기를 무료 생중계했다. 마음만 먹는다면 오히려 다양한 경기를 볼 수 있는 대회였던 셈이다.



다만 소셜미디어와 유튜브가 알아서 밥상을 차려줘야 먹는 시늉이라도 하는 시대에, 일일이 ‘치지직’을 검색하고 동영상을 고르는 과정 자체가 귀찮고 불편하게 느껴졌을 공산이 크다. ‘TV 틀면 볼 수 있었던 올림픽’이 ‘검색해야 볼 수 있는 올림픽’으로 바뀐 것이 국민에게 큰 심리적 제약으로 다가갔을 것이다.

플랫폼과 취향의 다양화도 무시할 수 없다. 과거엔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릴 기회로 스포츠가 거의 유일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미국 빌보드 차트를 뒤흔든 BTS가 있고,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가 있고, 로컬 영화제를 접수한 봉준호도 있다. 미국 자본이 만든 ‘케이팝 데몬 헌터스’ 같은 콘텐츠에서 한국 찜질방까지 소개되는 시대에, 이전처럼 시상대에서 애국가가 나온다고 마음 웅장해질 국민이 더 이상 아니라는 의미다. 이러한 상황을 건너뛰고, 올림픽 흥행 실패를 단독 중계로만 몰고 가는 건 JTBC로서는 억울할 수 있다.

오히려 JTBC가 받아야 할 비판이라면,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한 업무 감각이다. 당초 JTBC는 7000억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확보한 중계권을 지상파에 되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전략이었다. JTBC가 간과한 것?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맞물려 스포츠 중계권이 방송사들에 ‘계륵’ 같은 존재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읽지 못한 것이다. 실제로 2년 전 파리 올림픽 때 이 대회를 공동 중계한 지상파 3사가 적자를 면치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JTBC의 재판매 협상을 방송 3사가 거절한 데에는 이러한 ‘쩐의 논리’가 있다. 상대의 재무적 부담을 점검하지 못한 결과로 인해 JTBC는 독박에 피박까지 쓰게 된 셈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정부는 올림픽 중계권 독점 논란이 이슈가 되자 국가 차원에서 점검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근시안적 해결책 같다는 의심이 들기는 하나, 이왕 한다면 공중파 3사가 같은 경기를 중계하는 것을 막는 것도 점검해 주시길. 그러지 않으면, 우린 또 ‘시청자 선택권 박탈’이란 기사를 접하게 될 테니.

 

정시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