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불패’의 상징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값이 하락 전환했다. 강남구와 서초구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2024년 3월 이후 100주 만이다. 서울에서 시작된 ‘급매 러시’는 경기도 주요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5월 10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이 다가오면서 절세 매물이 쌓이고 하락 거래가 나온 영향으로 풀이된다.
1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월 넷째 주(2월23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0.11% 상승했다. 상승폭은 0.04%포인트 축소돼 4주째 둔화세를 이어갔다.
상급지로 꼽히는 강남구(-0.06%)와 송파구(-0.03%), 서초구(-0.02%), 용산구(-0.01%)가 가격을 낮춘 급매물 등의 영향으로 일제히 하락 전환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에서는 전용면적 183㎡ 12층이 작년 12월 128억원에 거래됐으나 최근에는 동일 면적 3층이 그보다 30억원 낮은 98억원에 매물로 나오기도 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784건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연장이 없음을 밝힌 1월23일(5만6219건) 대비 20.6% 늘었다.
경기도 아파트값 상승세도 제동이 걸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넷째주 기준 과천시 아파트값은 0.1% 떨어졌다. 지난주 0.03% 하락하며 88주(1년9개월) 만에 하락 전환한 데 이어 이번주에 하락폭을 키웠다.
안양시 동안구 역시 2월 둘째주 0.68%에서 셋째주 0.26%로 상승폭이 축소된 뒤 이번주에도 0.22%로 더 축소됐다.
매물이 늘면서 가격은 더 떨어질 전망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경기도 아파트 매물은 17만2746건으로 지난달 같은 날보다 7.9%(1만2759건) 늘었다. 같은 기간 27%의 증가율을 기록한 서울에 이어 전국 시도 중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이다.
특히 경기도 3중 규제지역을 중심으로 매물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1기 신도시 대장주이자 ‘제2의 강남’으로 불리는 성남시 분당구에선 이날 기준 아파트 매물이 3265건으로 한 달 만에 62.8% 증가했다. 평촌신도시가 있는 안양시 동안구의 아파트 매물 역시 1787건에서 2839건으로 58.8% 늘어났다. 이 밖에도 성남시 수정구 46%(576건→841건), 용인시 수지구 42.8%(2773건→3961건), 과천시 41.7%(335건→475건) 등 주요 규제지역에서 매물 증가율이 크게 늘어났다.
올 5월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조치 종료를 앞두고 일부 다주택자들이 호가를 낮춰 급히 주택 처분에 나섰고, 고가 1주택 보유자들도 6월 지방선거 이후 보유세 개편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차익실현 매물을 내놓은 점 등이 가격을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시장의 집값 하락 전망도 강해지고 있다. 한국은행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 주택가격전망CSI(108)가 전월 대비 16포인트 하락하며 2022년 7월 이후 3년7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와 다주택 처분 매물이 늘며 청약 시장에서 입지와 분양가에 따른 ‘옥석 가리기’가 심화되고, 매매시장 역시 매수자들이 추가 가격 하락을 기대하면서 관망세가 짙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사람들이 ‘비싸게 사는 건 아닐까’, ‘더 좋은 선택을 놓치는 건 아닐까’, ‘지금 들어갔다가 망하면 어쩌지’ 이런 걱정을 동시에 하면 매수자들이 관망하게 된다”며 “이런 심리가 한두 사람이 아니라 여러 명에게 퍼지면, 시장 전체가 차갑게 식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