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로 불리는 의료 공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응급실 인력과 시설 기준을 대폭 강화한다. 단순히 응급실 문만 열어두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수술과 처치가 가능하도록 구조를 뜯어고치겠다는 취지다.
27일 보건복지부는 응급실 전담 전문의 배치 기준을 강화하고 응급 환자를 위한 전속 전문의를 의무적으로 두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응급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숫자’보다 ‘실효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
◆ 내원객 많으면 전문의 더 뽑아야… 배치 기준 ‘촘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전문의 확보 기준이다. 기존에는 권역응급의료센터의 경우 연간 내원 환자가 3만 명을 넘으면 매 1만 명당 1명의 전문의를 추가로 배치하면 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매 5000 명당 1명으로 기준이 두 배 강화된다. 환자가 몰리는 대형 병원일수록 더 많은 전문의를 상시 대기시키라는 의미다.
지금까지 별도 기준이 없었던 지역응급의료센터 역시 환자 7000 명당 1명의 전문의를 확보해야 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응급실 입구에서부터 환자를 전문적으로 케어할 수 있는 인적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 “응급실 이후가 더 중요”… 수술·중환자실 연계 강화
응급실의 역할은 단순히 응급 처치에서 끝나지 않는다. 뇌출혈이나 복부 외상 환자의 경우 응급실 도착 이후 즉시 수술로 이어지는 체계가 필수적이다. 개정안은 기관 내 삽관이나 제세동 같은 기초 진료뿐만 아니라, 중환자 관리와 뇌·복부 응급수술 등 ‘사후 단계’의 진료 기능을 센터 지정 기준에 명시했다.
이를 위해 의료기관은 해당 수술과 시술이 가능한 전속 전문의를 반드시 두어야 한다. 또한, 지역응급의료센터에는 응급전용 입원실(3병상 이상)과 응급전용 중환자실(2병상 이상) 설치가 의무화된다. 권역응급의료센터의 경우 24시간 수술실을 가동하며 응급환자에게 최우선 순위를 부여하도록 규정했다.
◆ 인력 운용 유연성 확대와 엄격한 사후 관리
전문의 채용 범위도 넓어진다. 기존 응급의학과, 내과, 외과 등 10개 과목에서 산부인과와 가정의학과를 포함한 12개 과목으로 확대해 인력 수급의 숨통을 틔웠다. 응급의료 정보관리 인력도 기존 2명에서 4명으로 늘려 24시간 내내 환자 이송과 전원이 막힘없이 이루어지도록 관리 체계를 강화한다.
정부는 이번 기준을 올해 하반기 권역·지역 응급의료센터 재지정 시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단순히 새로운 인력을 양성하기보다 기존 인력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병원은 센터 지정을 취소하고 우수 기관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현장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밝혔다.